'아산 사태' 처음 청와대 앞에 모인 축구계..."선수들의 꿈 지켜달라"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8.11.02 13: 04

축구계가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앞에 모여 아산 무궁화 선수 수급 중단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아산 무궁화 축구단 존속을 위한 축구인 결의대회가 2일 오전 11시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총재와 홍명보 전무이사 및 임직원, 아산 박동혁 감독 및 선수단, 최용수 FC서울 감독, 최진철, 김병지, 송중국, OB축구회, 축구 원로, 아산 유소년 선수, 아산 서포터즈들이 참석했다.

앞서 정부는 이미 2023년까지 5년간 매년 20% 비율로 의경 제도의 단계적 폐지를 예고했다. 따라서 경찰 대학 소속의 아산 역시 점진적인 시민 구단 전환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경찰청의 일방적인 통보로 당장 다음 시즌부터 리그 참가가 불가능하게 됐다. 이대로라면 아산은 이명주, 주세종을 포함한 14명의 선수만 남게 된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리그 참여가 불가능하게 된다. 프로축구연맹이 수차례 경찰청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일방적인 주장만 내세웠다. 결국 지난 10월 12일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을 앞두고 전현직 선수들이 모여 사태 해결을 위한 성명서를 낭독했다.
당시 전현직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방적인 선수 수급 중단 방침을 즉각 철회해 달라 ▲최소 2년간은 선수수급을 유지하고 점차적인 인원 축소를 통해 현재 복무 중인 선수들과 입대 예정인 선수들, 유소년 선수들의 불안을 최소화 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제대로 응답하지 않고 여전히 일방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전현직 축구인들이 다시 한 번 청와대 앞에 모여 결의대회를 열어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 국가대표 김병지는 "아산 문제를 알고 축구계를 위해 나서게 됐다. 아산 경찰청의 유지와 유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분들께 감사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한마음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아산의 박동혁 감독 역시 "갑작스러운 선수 수급 중단 소식을 듣고 모든 선수가 힘들어하고 있다. 남아있는 14명의 선수를 위해서 아산 감독이 아닌 축구계 선배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아산 유소년팀 선수들도 참가했다. 아산 U-18의 주장인 국민석은 "바쁜데 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니 너무 힘들다. 이번 사태로 우리들은 갈 곳이 없어지게 됐다"고 호소했다.
이어 "처음 팀이 생기고 나서 아산 대표님이 '열심히 하면 프로팀에 갈 수 있다'고 우리를 격려하셨다. 프로 선수를 목표로 열심히 했는데, 이런 일이 터지니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박동혁 감독이 대표로 성명서를 낭독한 이후 효자동 동사무소 부근에서 약 30여 분간 항의 집회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약 80여명의 인원들이 피켓을 들고 아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축구계가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아산 사태의 진행은 급작스럽고 불합리했다. 경찰대학은 8월까지 선수 모집 공지를 올렸지만, 9월이 되어서 일방적으로 선수 수급 중단을 프로축구연맹과 아산 구단에 통보했다.
집회가 끝난 후 미디어와 인터뷰에 나선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이사는 "갑작스러운 경찰청의 결정이 너무 당황스럽다. 축구계가 아산 유지를 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정부 시책과 약정대로 점진적인 폐지 계획을 지키기를 원할 뿐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래 점진적인 폐지가 계획됐던 만큼 대비를 위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경찰청의 갑작스러운 폐지 선언으로 너무 혼란스럽다. 리그의 근간과 아산 산하 유소년들의 미래가 위협받게 돼서 이렇게 모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청의 결정으로 국가대표팀 선수였던 이명주-주세종을 포함해서 다음 시즌 아산의 14명의 선수는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홍명보 전무는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대표팀을 꿈꾸는 선수들의 미래가 불투명하게 됐다. 이번 사태 이후 경찰청은 소통 없이 자신의 견해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회가 끝난 이후 아산 박동혁 감독, U-18 주장 국민석, 축구계 선배인 김병지-송종국-현영민이 대표해서 청와대에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 달라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제자리걸음인 아산 사태에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사진] 서울=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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