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향한 비난에 울었던 쎄오, 그를 반긴 수원팬 응원에 울컥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8.10.18 05: 41

49일 만에 수원 삼성에 돌아온 서정원 감독. 일부 몰상식한 팬으로 인해 팀을 떠났던 그를 감격하게 한것은 많은 수원 팬들의 응원이었다.
수원 삼성은 지난 17일 오후 7시 30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FA컵 6라운드(8강)전에서 정규 시간과 연장전에서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으나, 승부차기에서 신화용의 신들린 선방을 앞세워 승리했다.
제주전은 잠시 팀을 떠났던 서정원 감독의 수원 복귀전이었다. 그는 경기 전 "처음에 나갈때는 다시 돌아올지 전혀 몰랐다"며 "나가면서 마음이 편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팀 성적이 부진하고 구단이 사표 수리를 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자 오히려 마음이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서정원 감독은 지난 8월 28일 전북 현대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와 8강 1차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나타냈다. 팀의 중대 일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내려진 서정원 감독의 결정에 수원은 혼란에 빠졌다.
일부 수원 팬들이 서정원 감독 아들의 인스타그램에서 심한 비난과 욕설을 날린 것이 사퇴 배경이었다. 서정원 감독은 "전북전을 앞두고 팀을 떠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잘못된 행동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감독으로 내가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 아이들이 비난을 받자 참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실 진짜 마음이 아팠던 것은 아이들이 나를 걱정해서 자기 SNS에 올라온 글들을 못 보게 했더라. 그래서 더욱 참을 수 없었다. 생각이 짧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식이 아버지로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을 넘길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일부 수원 팬들이 저지른 가족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과 욕설이 서정원 감독을 울렸다. 하지만 그는 팀과 선수들에 대한 애정으로 위기의 순간 팀과 함께 하는 것을 택했다. 서정원 감독으로서는 얻을 것은 적지만, 잘못하면 감독 커리어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
서정원 감독은 오히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팀 복귀를 결심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좋은 상황이면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팀이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용기 내서 돌아왔다. 선수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박 구단주뿐만 아니라 수원 선수들 역시 서정원 감독의 복귀를 반겼다. 서정원 감독이 잠시 유럽으로 떠나기 전 염기훈-신화용-조원희-양상민 베테랑들이 그를 찾아가기도 했다. 결국 서정원 감독은 다시 한시적으로나마 수원 복귀를 택했다.
서정원 감독의 복귀를 두고 수원 팬들의 여론은 양분됐다. 서정원 감독은 "팬들과 갈등으로 팀에서 나온 것도 아쉬웠다. 선수-코치-감독으로 동고동락한 서포터들인데... 이번 시즌만 최선을 다하고 다시 나갈 것이다. 시즌을 마무리하려고 돌아온 거다"고 경기 전에 약속했다.
다행히도 빅버드의 수원 팬들은 서정원 감독의 복귀를 향해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다. 수원 서포터즈들은 서정원 감독의 커다란 사진 함께 'OH MY HERO! Seo'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그를 반겼다. 한 팬은 'Thank you! Seo'가 적힌 걸개를 들고 지지를 보냈다.
수원 팬들은 다시 한번 서정원 감독을 향한 자신들의 애정을 보냈다.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면서 서정원 감독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빅버드는 '쎄오'로 가득 찼다. 이어 서정원 감독이 그라운드로 들어서자 연신 '서정원' 콜이 이어졌다. 자신을 향한 응원 세례에 서정원 감독은 묵묵히 고개 숙여 화답했다.
일부 팬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울었던 서정원 감독은 팀과 선수들을 위해 복귀를 택했다. 힘든 결정을 내린 그에게 수원 팬들의 응원은 멈추지 않았다. 경기 내내 서정원 감독과 선수들을 향해 힘찬 응원을 보냈다. 덕분에 수원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 끝에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서정원 감독은 경기 후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서 "팬들이 내 이름을 불러줄 때 울컥했다. 한 번 떠났다 다시 돌아와서 부끄럽고 미안하다. 그래도 팬들이 성원해줘 감사할 따름이다"고 전했다.
일부 몰상식한 팬으로 인해 팀을 떠났던 서정원 감독이지만 팬 덕에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수원은 제주전을 시작으로 수원은 20일 포항 스틸러스와 리그 경기, 24일 가시마 앤틀러스와 ACL 4강 2차전을 가진다. 서정원 감독과 수원이 연승을 달리며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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