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돌아온 날, 빅버드에는 '쎄오'가 울렸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8.10.17 22: 15

시즌 중 사임 의사를 밝혔던 서정원 감독이 돌아온 날. 빅버드의 수원 삼성 팬들은 그의 이름을 외쳤다.
수원 삼성은 지난 17일 오후 7시 30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FA컵 6라운드(8강)전에서 정규 시간과 연장전에서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으나, 승부차기에서 신화용의 신들린 선방을 앞세워 승리했다.
이날 수원은 FA컵 홈경기 무패(22전 16승 6무) 기록을 지키며 FA컵 4강(울산, 대구, 전남, 수원)에 합류했다. 통산 4회 FA컵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수원은 5번째 FA컵 우승 트로피를 향한 질주를 이어갔다.

이날 수원은 잠시 팀을 떠났던 서정원 감독이 복귀하고 다시 지휘봉을 잡고 나서는 첫 경기였다. 경기 전 인터뷰서 그는 "처음에는 그만 두려는 마음이었다. 다시 올지 몰랐다"며 "사실 팀을 떠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팀 성적이 떨어지고 구단과 선수들이 나를 원했다"고 전했다.
서정원 감독은 떠날 당시 상황에 대해서 "사실 팬들과 갈등으로 나온 부분도 마음이 아팠다. 단기간 머문 감독이라면 모르나 선수 코치 감독으로 오래 동고동락한 서포터이다 보니 쉽지 않았다. 그래도 팀이 좋았으면 모를까 힘든 상황이니 힘이 될 수 있을까 해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서정원 감독은 자식들의 SNS에 달린 일부 수원 팬의 욕설을 보고 사퇴를 결심했었다. 그는 "살아가면서 감독이 비난을 받고 살고 감수한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도 비난이 달리자 분노가 올라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사실 더 마음이 아픈건 자식들이 자기 SNS를 내가 못보게 해놨더라. 그래서 더 참을수 없었다. 너무 성급한 결정일 수도 있다. 생각이 짧았나 싶지만 자식이 아버지때문에 그런 일를 감수한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컸다"고 덧붙였다.
서정원 감독이 복귀라는 힘든 결정을 내리게 된 계기에는 팬과 선수들이 있었다. 그는 "선수들과 구단이 계속 연락했다. 팀이 힘든 시기인 것은 사실이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좋은 상황이면 돌아오지 않았다. 위험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다”고 팀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힘든 결정을 내린 서정원 감독에게 빅버드의 팬들은 아낌없이 응원을 보냈다. 수원 팬들은 아나운서가 서정원 감독의 이름을 부르자 크게 '쎼오'를 외치며 환영했다. 이어 서정원 감독이 그라운드에 들어오자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반겼다.
서정원 감독 역시 수원 팬들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하며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이날 수원은 전반 4분 데얀이 선제골을 넣었으나, 후반 32분 김성주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정규 시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위기의 순간에서 선수들이 서정원 감독의 복귀전 승리를 위해 더욱 힘을 냈다. 
수원 선수들은 연장전에도 미친듯이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종우-염기훈 등 베테랑들이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승리에 절실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연장 후반 10분 박기동이 기가 막힌 헤더 슈팅으로 팀에 두 번째 골을 선사했다.
하지만 제주도 만만치 않았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마그노-찌아구 외인 공격수 콤비가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었다.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에서 가려지게 됐다.
ABBA로 진행된 승부차기는 신화용의 선방쇼였다. 신화용은 제주의 키커인 권순형-찌아구-김성주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포효했다. 제주의 이창근도 이기제의 슈팅을 막아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수원은 승부차기 끝에 서정원 감독에게 값진 복귀전 승리를 선사했다.
/mcadoo@osen.co.kr
[사진] KFA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