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건들의 성장통, 롯데가 간과했던 변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10.14 08: 02

모든 부분을 상수로 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안이했고 계산은 마음 먹은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롯데는 영건들의 성장통이라는 변수를 그들의 머릿속에 넣지 못한 듯 했다.
롯데가 지난해 선발과 불펜에 자리잡은 영건들의 동력으로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선발진에서 박세웅과 김원중, 불펜에서 박진형이 주축으로 우뚝 섰다. 
지난해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농익은 기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플루크 시즌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고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장담할 수 없었다. 성장통을 가장 경계해야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지난해 활약을 보여준 영건들에 대한 낙관적인 예상이 만연했다. 그만큼 기대감이 컸다는 방증. 하지만 막연한 낙관이었다는 느낌도 피할 수는 없었다.
막연하고 낙관적인 예상은 역설적으로 어둠의 그림자도 더욱 짙게 했다. 시즌 시작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박세웅이 팔꿈치 통증으로 제대로 합류하지 못했다. 지난해 사실상의 토종 에이스였던 박세웅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려야 했다. 대신 김원중이 토종 선발 한 자리를, 박진형은 필승조의 한 축을 맡은 채 시즌에 돌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원중과 박진형 모두 기대에 어긋났다. 시즌 중반 돌아온 박세웅도 지난해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원중은 올해 부상 없이 2년 연속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했다. 내구성에 대한 물음표는 지웠다. 지난해보다 성적은 퇴보했다. 지난해 24경기 107⅓이닝 7승8패 평균자책점 5.70의 성적을 거뒀지만 올 시즌에는 30경기에 등판해 145⅓이닝 8승7패 평균자책점 6.94의 성적을 거뒀다. 등판 경기, 이닝, 승수는 늘었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되려 높아졌고 퀄리티 스타트도 8회에서 5회로 줄었다.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을 채운 25명의 투수 중 최하위였다. 좀처럼 기복을 잡지 못했고 꾸준함과 거리가 멀었다. 
박진형의 경우 올해 13경기 3승2패 1홀드 평균자책점 6.23의 성적에 그쳤다. 필승조로 시작한 시즌 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초반 부담 속에서 지난해 후반기와 같은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4월27일 한화전 이후 등판 기록이 없다. 어깨 염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어깨 골멍까지 발견돼 재활군에서 잔여 시즌을 보냈다. 
박세웅도 팔꿈치 통증에서 6월 초 돌아왔다. 롯데는 박세웅의 복귀를 최대한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렸던 것에 비해 박세웅이 롯데에 가져다 준 기록은 아쉬움이 컸다. 14경기 49이닝 1승5패 평균자책점 9.92의 성적. 퀄리티 스타트는 1회에 불과했고 이닝 당 출루 허용(WHIP)은 2.29, 피안타율은 3할7푼6리에 달했다. 박세웅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지만 올해는 정상궤도 회복에 실패했다. 박세웅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그리고 기다림이 실패였다는 것을 시즌이 끝나고서야 깨달은 셈이다. 지난해 최다 이닝(171⅓이닝)을 소화했고, 그동안 꾸준히 누적된 피로가 올해 나타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롯데는 이들에게 온전히 상수 자리를 맡겼다. 그러나 상수라고 하기엔 보여준 것도 부족했고, 그만한 존재감은 오히려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기대했던 상수가 변수로 변해가는 시간에도 능동적인 대처를 펼치지 못했다. 성장통이라는 변수를 그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윤성빈과 구승민, 정성종이라는 새로운 신예가 등장했지만 계산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불펜진에서 구승민의 활약은 박진형에게 기대했던 모습이다. 박진형이 건재하고 구승민의 활약까지 더해졌다면 모를까, 변수를 완전히 지워내진 못했다. 
'윈나우'라는 목표에 몰입돼 변수 계산에 소홀했다. 결국 영건들이 성장통을 겪는 것을 온전히 지켜보면서 '윈나우'의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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