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 힐만 감독, "재계약 제안 감사, 알츠하이머 모친 돌봐야"(일문일답)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0.13 15: 03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구단의 재계약 제안을 고사하고 미국으로 간다. 힐만 감독은 가족 문제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양해를 구하며, 남은 포스트시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힐만 감독은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인 LG와의 시즌 최종전을 만나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SK의 재계약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밝혔다. SK는 지난 아시안게임 휴식기 중 힐만 감독에게 1차 재계약 제안을 했으나 힐만 감독은 고령인 부친과 모친의 병환 때문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이를 최근 구단에 통보했다.
힐만 감독은 "팩트들로부터 시작해서 내용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이 기자회견에 앞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미팅을 했다. 2019년에는 SK에 돌아오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런 결정의 이유는 가족이다. SK를 사랑하고, SK 구단에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KBO 리그의 소속임과 SK를 대표하는 감독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SK는 훌륭한 기업이고, 훌륭한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힐만 감독은 "구단과 프런트와 수차례 미팅을 가졌다. 구단은 내가 돌아오기를 바랐고, 나도 돌아오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누군가로부터 도움이 필요하고, 원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제의를 받은 것은 감사한 일이다"라면서도 "첫 번째는 하느님이고, 두 번째는 가족, 세 번째는 직업이다. SK 가족들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미국에 있는 가족이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어 힐만 감독은 솔직하게 개인사를 밝혔다. 힐만 감독은 "지금 이 상황은 2007년에 겪었던 상황과 거의 똑같다. 2007년에도 일본에 떠나게 된 것은 아이들의 나이와 학업 때문에 결정을 내린 면이 있었다"면서 "2005년 일본에서 시즌을 보내고 있을 때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그 당시 68세였다. 아버님의 현재 연세는 85살이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얼마 되지 않아 아버님께서 재혼을 하셨다. 그런데 시즌 초 어머님이 넘어지면서 옆구리 수술을 하셨고, 그와 동시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힐만 감독은 "아버님이 어버님을 보살피고 있는 상황인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환자보다 보살피는 분이 먼저 사망할 확률이 60%라고 한다. 아버님이 혼자 보살피고 있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신다. 그 와중에 내가 11000km 떨어져 있다. 정말 쉽지 않은 상황이다"면서 "더 많은 질문이 있겠지만 (결정의 배경은) 정말 가족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힐만 감독은 "마음이 무겁게 결정을 내렸고 이 순간까지 고민을 했다. 구단주, 사장, 단장과도 수차례 미팅을 했다. 내가 남아주길 간절히 원했고 그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드러내면서 "최우선적으로 SK라는 기업에 감사하고 싶다. 코칭스태프에게도 감사하고 싶다. 예의와 충성심에 대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순탄치는 않았지만 코칭스태프와의 좋은 관계를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힐만 감독은 선수들과 팬들은 물론 팀 트레이너, 전력분석팀, 불펜 포수, 운영팀, 스카우팅 파트, 육성 파트를 시작으로 최창원 구단주, 류준열 사장, 염경엽 단장, 손차훈 운영팀장, 프로구단 감독들, 정운찬 KBO 총재, 민경삼 전 단장, 최홍성 국제업무 담당 등에도 일일이 감사를 표하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힐만 감독은 특히 염 단장에 대해 "2016년까지 똑같은 위치에서 야구팀을 이끈 인물이고 2017년 단장으로 취임하며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항상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의견을 줬고 이러한 소통이 경기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워했다.
힐만 감독은 "앞으로 한 달 동안 야구를 더 할 수 있다. 향후 한 달 동안 야구를 잘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2018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개인적인 사유로 떠나게 되겠지만, SK와의 연결고리는 이어가면서 문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은 "일본에서는 오해를 많이 했지만, 새로운 직업이 결정된 것은 절대 없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국에서의 2년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포스트시즌 성공에 대한 강한 각오도 숨기지 않았다. 아래는 힐만 감독과의 일문일답. 
▲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는데 지금 이 시점에 발표를 한 이유는?
- 타이밍이다. 일본에서 경험한 측면이 있어 익숙한 상황이다. 내가 중심이 되길 원하지는 않는다. 팀으로 관심이 가야 한다. 구단과 프런트 오피스와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면 프로답게 타이밍을 잘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개인적인 결정이 주위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해 적절한 타이밍에 구단에 알리기를 원했다. 팀 일정을 봤을 때 오늘 정규시즌 게임이 남아있고, 향후 13일 정도의 시간이 있다. 하루 이틀 정도 나한테 관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남은 13일 동안 팀에 집중할 수 있기 위해 이렇게 했다.
타이밍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떤 반응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정적인 여파를 최대한 줄이길 원했다.
▲ 개인적인 이야기가 굉장히 민감한 사안인데 언론에 공개한 이유가 무엇인가?
- 맞다. 개인적인 부분이다. 아버님이 정말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아버님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이유가 크다. 내가 처해 있는 상황과 포지션을 고려했을 때 우선적으로 미디어와 팬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
▲ 미국에 돌아가서 다른 일을 할 계획이 있나?
- 현재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메이저리그에서 직업을 구하기 위해 노력은 할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까지 가까이 있을 수는 있다면 어떻게든 아버지와 거리를 단축시킴으로써 뭔가 일이 생겼을 때 빠르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MLB 소식을 공유한다면 5개 팀이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다. 3개 구단은 단장이 비어있다. 따로 구단에서 연락을 받은 것은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끝내야 할 부분들에 확실하게 집중할 것이다. 
▲ 포스트시즌 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 오늘 경기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두산 상대로 주전들을 뺐지만, 오늘은 마지막 홈 경기니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마지막 게임을 좋은 결과로 끝내 팬들에게 보답하고, 그 보답 자체가 큰 의미가 될 것이다. 팬들의 성원이 필요하다. 오늘이 끝나면 13일 휴식이 있는데, 거의 최종적으로 결정을 했다. 마지막 부분이 남아있는데 계획이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다. 최대한 많은 라이브게임과 게임을 할 것이다. 14일과 15일은 휴식을 취한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