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2년 성과’ 힐만 감독, PS에서 완벽한 작별 노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0.13 16: 08

SK의 2016년 성적은 69승75패로 승률 4할7푼9리였다. 리그 6위였다. 그런 SK는 지난해 75승68패1무(.524)로 5위에 올랐다. 올해는 12일까지 78승64패1무(.549)로 성적을 더 끌어올리며 2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가 적중했다. 바로 트레이 힐만 감독의 선임이었다. 니혼햄, 캔자스시티에서 감독 생활을 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힐만 감독은 2016년 겨울 SK와 2년 160만 달러(약 18억 원)에 계약을 맺고 KBO 리그에 입성했다. 그리고 SK의 성적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면서 구단과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힐만 감독은 그간 KBO 리그에서 잘 찾아볼 수 없었던 ‘매니지먼트형 감독’ 모델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힐만 감독은 상대적으로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이에 선수 영입 등 의사결정에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MLB) 식으로 선수단을 잘 이끌었다. 선수 구성은 단장을 중심으로 한 프런트에 맡기고, 자신은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잘 관리해 기나긴 정규시즌을 무리 없이 헤쳐 나갔다.

특히 마운드의 관리는 비교적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KBO 리그에서 화제로 떠오른 혹사 없이도 한 시즌을 잘 이끌어가며 올 시즌 SK의 2위 원동력으로 삼았다. 승리를 따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단기 혹사는 몇 차례 있었을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선발과 불펜의 이닝 관리라는 어려운 방정식을 무난하게 풀어나가며 성과를 냈다. 실제 SK 선수단은 힐만 감독의 부임 이후 부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런 힐만 감독은 이제 한국을 떠난다. 모친의 병환이 악화됐고, 이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었던 힐만 감독은 미국으로 떠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좀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 아시안게임 휴식기 당시 SK의 재계약 제의에 확답을 주지 않았고, 장고 끝에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SK는 오는 27일부터 포스트시즌 일정에 들어간다. 힐만 감독으로서는 ‘승부사’의 기질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힐만 감독은 지난해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부진했던 선발 메릴 켈리의 교체 타이밍을 완전히 놓쳤다. 끝내 팀이 참패하며 경기 운영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힐만 감독은 ‘관리’에서는 최고의 평가를 받았으나 승부처에서의 작전이나 투수교체 등에서는 아직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 임기응변에 약한 면모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MLB식 운영’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일본프로야구에서 정상에 선 경험이 있다. KBO 리그 적응을 마친 만큼 올해 포스트시즌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하다. 올해는 플레이오프부터 시작, 상대적으로 일정에 여유가 있다는 점 또한 힐만 감독의 시리즈 관리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만약 힐만 감독이 포스트시즌의 꼭대기, 즉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내달린다면 완벽한 작별이 가능하다. 구단과 팬들은 아쉽겠지만, 적어도 좋은 기억으로 SK와의 인연을 마감할 수 있다. 팀으로나, 힐만 감독 자신으로나 최고의 경력이 생긴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힐만 감독도 다가올 포스트시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남은 경기가 몇 없는 만큼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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