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의원의 야구 무시, 선수협은 자존심도 없는가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10.13 06: 16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선동렬 야구 대표팀 감독이 증인으로 출석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 감사를 보지 않았을까. 현장과 TV 중계를 보지 않았더라도 이후 쏟아지는 관련 기사들도 보지 않는 걸까. 손혜원 의원의 야구 모독,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폄하하는 발언을 듣고도 괜찮을 걸까.
손혜원 의원은 국정 감사에서 선동렬 감독을 향해 호통치기, 면박주기로 지켜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의 투명성과 전혀 관련 없는 연봉, 근무시간 등을 질문하며 웃음거리가 됐다. 
결정적으로 "소신있게 뽑았다"는 선 감독의 말을 자른 손혜원 의원은 "그래서 우승했다는 얘기하지 마십시오. 그 우승이 뭐 그렇게 어려운 거였다고 다들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며 비꼬았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야구대표팀 선수들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모멸적인 발언이었다. 프로가 아닌 실업야구 선수들이 출전한 일본, 프로와 실업 선수들이 함께 뛴 대만을 상대로 금메달을 딴 것이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은 아니더라도 매 경기 태극마크의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다. 선수들은 40도가 넘는 무더위와 습도로 푹푹 찐 자카르타에서 고생했다. 일부 선수들은 장염과 배탈로 경기력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경기력이 실망스러웠지만 누가 출전하더라도 금메달을 딴다는 100%는 없다. 단판 승부에서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이변은 언제든지 일어나는 것이 스포츠다. 과거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KBO 스타 선수들이 출전했지만, 프로 선수와 해외파가 뛴 대만에 패배하고 실업야구 선수들이 출전한 일본에마저 패하면서 동메달을 획득한 사례도 있다.
정규 시즌 120경기 가까이 치른 상태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출전한 선수들의 국가대표로서 노력이 무시됐다. 국감에서의 손혜원 의원의 '야알못' 발언, 야구를 무시하는 발언에 야구팬들은 공분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그럼에도 손혜원 의원은 국감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에 "우리나라 야구의 앞날을 저런 감독에게 달려 있다니요"라고 한국 야구 레전드 선동렬 감독을 무시하는 발언을 계속 했다.
선수협은 자신들의 이권과 관련된 KBO의 행정, 야구 관련 일에는 즉각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국감에서 일어난 국회의원들의 야구 금메달 모독에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국감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손혜원 의원을 비난하는 청원이 10여개 이상 잇따르고 있다. 
# 정치인들은 야구계에 얼씬도 하지 마세요
# 손혜원 의원은 선동렬 감독에게 사과 하세요
# 손혜원의원 같은 저질 국회의원 파면하라
# 손혜원의원이 선동열감독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선동열이었기 다행. 허재같았으면 손혜원 날라갔다
# 진짜 적폐 야알못 손혜원 야구팬께 사과 및 의원직 박탈원합니다
# 손혜원 국회의원의 문화체육관광위원자격 박탈을 요구합니다
# 손혜원 더불어 민주당 의원
# 국회의원 연봉 공개하고 삭감해라
# 국회의원들 연봉공개 부탁드립니다
# 강력청원, 능력 자질없는 국회의원 세비 삭감
"국회의원이 폄하할 가치가 없는 금메달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 무더운 곳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한 결과이지 국회의원이 국감자리에서 폄하할 메달은 정말 아닙니다." 
"국회의원이 가지는 힘이고 특권인지 묻고 싶다. 과연 손의원이 1200만 야구팬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하는데 아니올시다."
국민청원을 올린 야구팬들의 목소리다. 선수협은 야구팬들보다 자존심이 없는 걸까. 용기가 없는 걸까. 
국회의원에게 밉보이는 것을 걱정하는 건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리는 손혜원 의원의 말에 동의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아니면 선수협과 대척점인 KBO를 근거없이 '적폐 세력'으로 단정짓고 헛발질을 하는 손혜원 의원을 지지하는 걸까. /orange@osen.co.kr
[사진] (아래) SBS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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