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꾸' 박용우 "나이 들어도 섹시한 배우 되고 싶다" (인터뷰) [23rd BIFF]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10.12 14: 04

어쩌면 우리는 박용우를 아직 다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꾸'가 그랬다. 늘 젠틀하고 부드러운 눈웃음이 인상적이었던 박용우가 '빵꾸'에서는 달라졌다. 땀에 흥건히 젖은 등, 기름때가 까맣게 들어앉은 손, 늘 찌푸리고 있는 미간까지, '빵꾸' 속 카센터 사장 재구가 된 박용우는 생경하면서도 섹시하다. 
박용우가 영화 '빵꾸'(하윤재 감독)으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오랜만에 부산을 찾은 박용우는 여전히 부드럽고 다정했지만, 내면이 더욱 단단하게 영글어 있었다. 
'빵꾸'는 시골의 한 국도변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구(박용우)와 순영(조은지)에게 일어나는 의문의 사건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박용우가 서울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다 아내의 고향으로 내려오게 된 카센터 사장 재구 역을, 조은지가 가난한 남편 때문에 친정에서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아내 순영 역을 맡았다. 

순영과 재구가 운영하는 카센터는 리조트 공사현장으로 가는 작은 국도변에 위치해 있다. 청년회장으로 동네를 꽉 잡고 있는 라이벌 카센터 문사장(현봉식) 때문에 재구의 카센터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 어느 날 공사현장으로 가던 덤프트럭이 떨어뜨린 금속 조각에 펑크난 차량을 고치며 오랜만에 돈을 만지게 된 두 사람은 직접 금속조각을 바닥에 버리는 위험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재구는 위험한 욕망을 시작하는 '발화자'이자, 끝을 모르고 폭주하는 욕망의 '저지자'이기도 하다. 위험하고도 비밀스러운 작전에 '엑셀레이터'를 밟지만, 끝내 '브레이크'를 밟고야 마는 '빵꾸'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박용우는 재구라는 인물의 동력에 대해 '어쩌다 보니'라고 소개했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우리는 어쩌다 그런 선택을 하고, 어쩌다 그런 일들을 벌이고, 어쩌다 그런 결말을 맺는 경우가 대다수다. 
"제가 세계의 많은 언어들을 알지 못하긴 하지만, 의외로 세계에서 대부분의 언어를 사용할 때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것들이 접속사, 감탄사라고 하더라고요. 대화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말들이 '그게, 뭐야, 그러니까, 이런' 뭐 이런 것들이죠.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결정을 '어쩌다'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수습하기에 바쁘죠. 재구도 마찬가지예요. 처가집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사이 좋았던 아내와도 틀어지고, 돈에 압박받고, 그러다 보니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하고 위험을 선택을 하게 돼죠. 정말 곶감 빼먹듯이 하다가 점점 더 커지는 거예요." 
많은 얼굴의 박용우를 봤지만 '빵꾸' 속 박용우가 반가운 것은 비단 시간의 흐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블랙 코미디라는 '빵꾸'의 장르에 맞게 '멀리서는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부부의 이야기를 탁월한 연기와 해석으로 표현해낸 박용우를 부산 뿐만이 아니라 전국에 있는 관객들이 빠른 시간 내에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용우의 주연 영화를 스크린에서 만난 것은 '봄'(2014) 이후 약 4년 만이다. 그간 어떻게 지냈냐고 묻자 "정말 바쁘게 지냈다. 예의상 하는 '재충전의 시간'과는 전혀 다른, 나름대로 정말 바쁜 시간이었다"고 웃었다. 박용우는 "제가 진짜 뭘 하고 싶은지 제게 묻고, 하고 싶은 일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것을 실천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운동을 했고, 악기를 배웠다.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을 하다보면 하루가 정말 금방 간다"고 4년 간 자신을 비우고 다시 채웠다고 설명했다. 
누군가는 박용우의 4년을 '공백기'라 부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박용우에게 있어, 4년의 시간은 적어도 '성장기'라 불릴 수 있는 인생의 소중한 과정이었다. 
"물론 거부할 수 없는 좋은 작품들이 계속 왔다면 4년이나 쉴 여유가 없지 않았을까요(웃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겉으로는 얘기 안했지만 지금의 저보다 훨씬 많이 쫓겼던 것 같아요. 그러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유가 생기다 보니 무너지느냐, 혹은 조금은 다른 길로 가느냐였던 것 같아요. 4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제 스스로의 중심을 잡게 되고, 남 눈치를 안 보게 된 것 같아요. 사리분별을 솔직하게 할 수 있는, 제게는 약이 된 시간이었죠." 
4년의 시간 동안 박용우는 한결 더 단단한 사람이 돼 있었다. 스스로 채운 마음의 샘에는 바람 한 점, 물결 하나가 들이칠 새가 없이 평온해 보였다. 박용우는 "배우로서 '저 배우 멋있게 늙었다', '멋있게 늙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옛날 인터뷰를 펼쳐보니 제가 '곱게 늙고 싶다'는 멋있는 얘기를 했더라"고 웃으며 "이제는 그것을 실천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제가 대단히 잘생긴 배우는 아니지만, 솔직히 욕심을 좀 내자면 '섹시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라며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섹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섹시한 배우' 박용우의 새로운 출발은 OCN 새 오리지널 '프리스트'다. '프리스트'에서 박용우는 과거 말보다는 손이, 회개보다는 보속(죄를 보상하거나 대가를 치르는 일)이 속 편한 행동파였지만, 8년 전 모종의 사건 이후 매사에 신중해진 엑소시스트 문기선 신부 역을 맡았다. 박용우는 대중이 상상하는 이미지와는 달리 복서 출신이라 몸도 잘 쓰는데다, 검은 피부와 탄탄한 몸으로 남성미까지 분출하는 색다른 사제 캐릭터를 선사할 예정이다. 
'프리스트'로 안방 시청자들과 오랜만에 인사하게 된 박용우는 "진짜 연기하는 게 재밌다. 예전하고는 확실히 다르다. 촬영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 조차도 감사하다"며 "특히 '프리스트'는 재밌고도 특별한 인연이다. 연출을 맡은 김종현 감독이 20년 지기 친구다. 예전에는 '지들끼리 다 한다'고 오해를 받을까봐 김종현 감독과는 절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내 스스로 약속을 한 적도 있었다. 막상 같이 일을 해보니 영화 찍는 기분도 나고, 현장에서 감독이 너무 멋있다. 모든 것이 즐거운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늘 출연하는 작품마다 폭발적인 존재감을 선보이는 박용우. 부산에서의 즐거웠던 그와의 만남은 시간이 흘러 더욱 '섹시해진' 그와의 재회를 기대케 했다./mari@osen.co.kr 
[사진] 프레인T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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