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선수협 평행선’ FA 협상 결렬… 역대급 찬바람 예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0.11 09: 10

뭔가 바뀌려는 조짐이 있었던 프리에이전트(FA)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구단들이 주축이 된 KBO 이사회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타협안을 만들지 못했다. FA 시장에 역대급 찬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KBO 이사회는 FA 자격 취득연한 축소(고졸 8년·대졸 7년), FA 계약 상한선(총액 80억 원), FA 등급제 3단계 실시를 골자로 한 제도 개선안을 선수협에 제안했다. FA 제도에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최저연봉 인상, 부상자 명단 제도 신설 등 그간 선수협이 원했던 부분도 포함됐다. 그러나 선수협이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를 공식적으로 거부함에 따라 논의가 중단됐다.
KBO 구단 대표들은 선수협의 부정적 의사를 확인한 뒤 이사회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수협이 이사회의 제안을 전면 거부한 만큼 더 이상 협상을 이어갈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조건부 수용도 아닌, 전면 거부이기 때문에 새 방안을 짜는 것이 무의미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사회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격앙되어 있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새로운 FA 제도 시행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그러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기본적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타협’의 길을 걷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장의 제도 변화는 불가능해졌다. 올해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은 기존 제도가 유지된다.
시장 전체에 찬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구단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미 시행하기로 결정한 신규 외국인 선수 계약 상한제(100만 달러)는 그 대표적인 증거다. 적자폭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과는 다른 모기업의 태도까지 체감한 각 구단들이다.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단 연봉부터 손을 댈 조짐이다.
당장 선수단 연봉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한 구단 단장은 “FA 제도 변경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기존 FA 선수들이 있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신규 FA 선수들에 대한 지출을 자제하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연봉을 줄여가는 것은 가능하다.
최근 구단들은 ‘똘똘한 FA 하나’ 전략으로 선회하는 추세다. 확실한 선수가 아니면 FA에 큰 금액을 쓰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때문에 이른바 S급, A급 선수들이야 그렇게 큰 피해는 없을 수 있다. 경쟁이 붙으면 몸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외의 선수들이다. 보상선수를 내주면서까지 이들을 영입하려 나설 구단이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이는 지난해 FA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 사안이다.
등급제가 있었다면 그나마 나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물 건너갔다. 선수협 또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선수협의 한 관계자는 “선수 출신 단장들이 많아지면서 구단들이 전체적으로 육성 기조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FA를 앞둔 한 선수들도 “전체적으로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고 긴장하고 있다. 팀을 옮기기 어려운 선수들을 중심으로 FA 자격을 포기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 보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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