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김대명X송윤아X김의성, 라쇼몽 현상의 비극(리뷰)[23rdBIFF]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10.09 16: 36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8세 지적 수준을 지닌 장애인 석구(김대명 분)는 부모를 잃었지만 혼자 정미소를 운영하고 닭을 키우며 씩씩하게 살아간다. 그의 삶에 유일한 낙은 박카스 한 병과 슈퍼마켓에서 먹는 시식용 고기 한 점.
아침 일찍 일어나 똑같은 반찬에 밥을 먹어도, 닭장에서 꺼낸 싱싱한 달걀이 단 4개뿐이라도, 유치원생 아이들이 바보라고 놀려도, 그의 세상에는 언제나 밝은 햇살이 함께 한다. 나이고하를 떠나 자신의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은 ‘친구’이다. 친구라는 그 말이 결국엔 비극으로 찾아오지만.
아이처럼 순수하고 정 많은 석구에게 어느 날 집 나간 아빠를 찾겠다며 가출한 소녀 은지(정채은 분)가 다가온다. 반항심 많고 비뚤어진 데다 감수성까지 예민한 14세 은지에게 석구는, 엄마보다 자신의 마음을 더 잘 알아주는, 하나뿐인 친구다.

성폭행이라는 개념 조차 없는, 말 그대로 ‘바보’인 석구가 기절한 은지를 성폭행한 것으로 오해 받으면서 영화의 흐름이 서서히 변모된다. 석구의 무죄를 지지하는 마을 성당의 신부(김의성 분)와 사건 현장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석구의 성폭행을 확신하는 쉼터 선생님(송윤아 분) 사이에 대립이 격화된다.
‘돌멩이’는 라쇼몽 현상의 비극을 그린다.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는 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앞뒤 정황을 자르고, 그 순간을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로 몰고 간다. 무엇보다 석구가 지적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주위에서 적절한 지원과 응원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착취를 당하거나 학대를 당한다.
진실은 하나일지라도 사람마다 얼마든지 그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해석하는 데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세상의 원리를 이야기한다. 더불어 사람들의 선입견과 편견, 오해, 이기심이 진실을 왜곡하게 만든다고 꼬집는다.
사람에게 편견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세상에는 미리 판단해야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세상의 모든 사건에 시비를 가려 선하고 올바르고 정의로운 편에 서기 위해 개인의 시간적, 물리적 자원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그래서 편견과 선입견을 판단의 기제로 사용한다. 우리에게 흔한 편견은 성범죄자, 성폭력 가해자는 어떤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배우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정채은이 주연을 맡은 ‘돌멩이’는 제23회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_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파노라마 부문은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블록버스터에서 독립영화까지 한국영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화들을 선보이는 섹션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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