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와 빅데이터] 프로야구의 다양하고 재미있는 빅데이터 활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10.09 13: 36

2010년대 이후 프로야구도 미국 메이저리그의 흐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승리, 패배, 타율, 타점 같은 전통적인 기록이 아니라 WAR, WPA, GPA 등 각종 세이버매트릭스 지수를 도출하며 선수별 경기력과 공헌도를 평가한다. 이는 연봉 고과, 선수 계약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곳곳에 최첨단 장비들이 설치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다. 타자들은 보다 정확한 수치를 바탕으로 스윙에 변화를 주고, 투수들의 구위도 데이터를 기본으로 벤치가 판단하는 시대가 됐다. 
# 선수 평가에 활용되는 빅데이터

대표적인 기록 중 하나가 'WAR(Wins Above Replacement)'이다. 리그 평균인 대체 선수에 비해 팀에 얼마나 더 많은 승리에 기여했는지를 나타내는 종합 수치. 타자의 경우 타격, 수비, 주루뿐만 아니라 포지션 가중치를 반영한다. 투수는 선발·구원 보직과 구장 크기에 따른 중립적인 환경까지 감안된다. 
WAR 산출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크게 베이스볼레퍼런스(bWAR), 팬그래프닷컴(fWAR)을 현지 미디어에서 주로 이용한다. 우리나라는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가 있지만,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가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계산법에 따라 WAR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프로야구 FA 시장에서도 WAR이 선수 영입의 근거로 직접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11월 NC는 FA로 내야수 박석민을 영입하면서 WAR을 활용했다. 당시 NC는 'WAR 등 데이터 분석 결과 박석민은 국내 야수 중 최정상급 성적을 꾸준히 냈고, 4~5승을 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2015년 박석민은 WAR 6.72로 3루수 중에서 독보적인 1위였다. 반면 NC는 그해 주전 3루수 지석훈의 WAR이 1.05로 규정타석 3루수 7명 중 가장 낮았다. 백업이었던 모창민의 기록까지 합해도 박석민의 반에 미치지 못했다. WAR상 가장 약한 포지션에 최고 선수를 영입하며 확실한 전력 강화를 노렸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한화가 내야수 정근우가 FA 재계약 협상이 장기화 될 때도 WAR이 자주 등장했다. 정근우는 지난 4년간 꾸준히 쌓은 WAR(15.26)을 근거로 3년 보장 계약을 주장했지만 한화 구단에선 자체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2+1년 계약으로 맞서며 평행선을 달렸다. 이처럼 이제 FA 협상 자리에서도 WAR은 빠질 수 없는 근거 자료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WAR 뿐만 아니라 매순간 선수의 플레이가 통계적 승리 확률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WPA(Win Probability Added), 각 구장 특성을 고려한 득점 생산력을 뜻하는 wRC+(weight Runs Created), 타자가 한 타석에서 기대할 수 있는 득점 공헌도를 의미하는 wOBA(weighted On Base Average), OPS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출루율 가중치를 높인 GPA(Gross Production Avera) 등도 선수별 가치 평가 방법에 있어 다양하게 쓰인다. 
# 트랙맨 시스템, 타자 발사각도 유행
최근 메이저리그는 수비 시프트를 뚫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플라이볼 혁명'이 일어나며 타자들의 발사각도가 유행으로 번졌다. 땅볼, 직선타보다 공을 띄워야 안타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커졌다. 2015년부터 미사일 추적기술을 활용한 '스탯캐스트'를 통해 30~35도 사이 발사각도가 홈런을 치는데 가장 이상적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역대 최다 6105개 홈런이 메이저리그를 수놓았다. 
우리나라도 트랙맨 시스템을 통해 발사각도, 타구 속도 측정이 가능해졌다. 이를 활용한 구단들이 늘고 있다. 수년간 거포들을 모아온 SK는 지난해 234개로 역대 한 시즌 최다 팀 홈런 기록을 세웠고, 올해도 225개로 이 부문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출신 트레이 힐만 감독이 발사각을 30도 안팎으로 높이는 타격 메커니즘을 유도했다. 
KT도 창단 후 팀 홈런 9-10-9위에 머물다 올해는 이 부문 2위(197개)로 도약했다. 김진욱 감독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발사각 높이기를 강조했다. 구단 차원에서도 타구 속도, 발사 각도를 측정한 자료를 선수들이 수시로 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 
그 결과 지난해 KBO리그는 1547개로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썼는데 올해도 1709개로 이를 가뿐히 넘었다. 경기당 홈런도 2.43개로 1999년(2.41개)을 능가한다. 투수들의 난조, 타자친화 구장, 공인구 문제 등도 있지만 이처럼 트랙맨 시스템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린 타자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발사각도 못지않게 타구 속도도 중요하다. 박석민의 부진을 보면 알 수 있다. 9월7일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박석민은 2016년 132.6km였던 타구 속도가 지난해 131.4km에서 올해 125.5km로 크게 떨어졌다. 120km 미만 타구의 비율이 2016년 26.7%, 지난해 27.7%에서 올해 36.2%로 늘었다. 한마디로 타구의 질이 나빠졌고, 그것이 수치로도 잘 나타나고 있다. 
# 투수 교체에도 쓰이는 트랙맨 시스템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홈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트랙맨' 시스템을 공식 도입했다. 백스톱에 설치된 레이더를 통해 공의 속도와 투구시 분당 회전수, 익스텐션, 수직 및 수평 변화량, 타자의 발사각과 속도, 비거리 등을 측정한다. 전력분석은 기본이고, 투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다. 
삼성은 실제 대구 홈경기 때 트랙맨 시스템을 참고 자료로 활용,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으로 투수의 상태를 파악해서 교체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자료를 참고하며 확률을 높이고 있다. 
NC도 창단 때부터 '데이터' 팀을 따로 둘 정도로 빅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인 팀이다. 비야구인으로 구성됐지만 데이터 팀에서 외국인선수 영입을 맡을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외국인선수뿐만 아니라 투구추적 시스템으로 도출한 세부 자료를 현장에 제공한다. 지난 6월부터 정진식 배터리코치가 데이터 코치를 맡기도 했다. 
사실 보수적인 분위기의 현장에선 이 같은 데이터에 거부감을 갖는 시선도 있다. 데이터를 참고 자료로 써야지 의존도가 높아져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외부로 갈등이 드러나진 않아도 데이터 문제로 현장-프런트 사이 미묘한 분위기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데이터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선수들도 각자 스타일에 맞춰 발사각을 높이거나 타구 속도를 더 빠르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현장도 이제 불분명한 '감'에 의존하는 시대가 지났다. 트랙맨을 비롯해 세이버매트릭스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로 조금씩 바뀌어간다. /waw@osen.co.kr
* 본 콘텐츠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제작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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