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김희애X문숙, 여성들이 거둔 위대한 승리 (종합) [23rd BIFF]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10.07 15: 38

김희애와 문숙이 부산 관객들과 의미있는 만남을 가졌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는 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의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이날 오픈토크에는 김희애, 문숙, 민규동 감독이 참석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로, 당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특히 '허스토리'와 부산은 남다른 인연을 자랑한다. 영화의 배경이 부산이자, 부산에서 대부분의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 민규동 감독은 "딱 1년 전 이날도 이렇게 날씨가 좋았다. 초량에서 영화에 나온 장면을 찍은 날이었다. 1년이 지나서 부산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돼서 감격스럽다. 환대해주시고 반겨주시니까 영화 만든 보람이 있는 것 같다"고 부산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허스토리'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또한 김희애가 부산영화제 기간 중 열린 제27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올해의 배우상 2관왕을 수상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김희애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가수는 제목대로 된다고 하는데 배우는 대사대로 되는 것 같다. '내가 손댄 것 중에 안 된 게 있드나' 이 대사 너무 마음에 든다. 이 대사대로 계속 쭉 가겠다. 좋은 대사 써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허스토리'는 여배우들이 빚어낸 '여성들의 연대'로 흥행 이상의 의미를 일궈냈다. 민규동 감독은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여성 배우들이 함께 여성들의 서사를 활발하게 펼치는 장면을 즐겁게 봐주신 것 같다. 여배우들이 아내, 엄마 이상의 역할을 한 것들도 새로운 즐거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연대의 폭이나 영화에 공감하는 깊이가 남다르기 때문에 영화의 생명력이 길게 연장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스토리'는 성공한 여행사 사장이 일본 정부에 맞서려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는 이야기를 그린다. 문숙은 "위안부 문제가 말은 하지만,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그분들의 고통을 100% 알지는 못하겠지만 한국의 후손으로서 선배들의 가슴 아픔을 연기할 수 있다는 걸 영광으로 생각했다. 젊은 사람들이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젊은 여성들이 어떻게 자존심을 지키고 살아나갈 것인가를 그려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무 생각을 못 하고 연기를 했다. 부산 사투리가 너무 어려웠다. 여사장 캐릭터가 너무 멋있어서 덜컥 하기로 했는데, 사투리가 저에겐 너무 큰 도전이었다. 제가 엄살은 아닐까 마음 속으로는 뜨끔했는데 '암수살인' 주지훈 배우도 사투리 때문에 위경련 났다고 하더라. 부산, 창원, 마산, 울산 등 사투리가 다 다르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영화가 완성되고 보면서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배우로서 알게 됐다는 것이 다행이면서도 부끄러웠다. 힘겹게 이겨내시고 지켜내신 만큼 저희도 우리나라를 아끼고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숙과 김희애는 아픈 역사로 일궈낸 현재를 통해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숙은 "그분들이 계셨기에 우리가 있다. 우리의 후손도 우리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해야한다. 사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오리지널 미투'를 하신 분들이다. 세계적인 추세보다도 훨씬 앞섰다. 아픔을 슬퍼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 여성들이 씩씩하고 힘차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ari@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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