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리의 사이드암 변신, 반등과 생존의 몸부림?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9.22 07: 39

"좀 다른 모습으로 변화를 주고 싶다고 하더라."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최근 브룩스 레일리의 투구 모습을 보고 밝힌 말이다. 
레일리는 지난 16일 사직 넥센전에서 8이닝 114구 4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0-2로 팀이 패하면서 레일리도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올 시즌 최고의 투구 내용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11탈삼진은 자신의 한국 무대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기도 했다.

 
레일리는 이전까지 레일리는 스리쿼터의 각도에서 팔이 나왔다. 크로스 되는 투구폼에 디셉션 동작, 그리고 빠른 팔의 회전까지. 타자들이 꼽는 까다로운 투구폼의 선수로 꼽힌다. 특히 좌타자들에게는 레일리가 저승사자와 같다. 박용택(LG), 이정후(넥센) 등은 레일리의 타이밍을 전혀 뺏지 못했다.
하지만 레일리의 이런 투구폼은 오히려 우타자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우타자들에게는 전혀 위력적이지 않았다. 통산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9푼9리였고, 피장타율 역시 0.484로 높았다. 특히 통산 78개의 피홈런 가운데 74개를 우타자에게 허용했다. 올 시즌은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3할1푼7리 피장타율 0.521에 달했다. 장수 외국인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레일리의 약점은 명확했다. 
사실 9월 리그 재개 이후 실망스런 투구의 연속이었다.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지난 넥센전만큼은 달랐다. 그리고 투구 폼까지 달라졌다. 
이날 레일리는 스리쿼터의 팔 각도를 완전히 내렸다.  사이드암에 가까운 팔 각도로 시종일관 공을 던졌다(사진 참조). 앞선 9일 마산 NC전과 비교하면 각도의 차이는 극명했다. 그러자 넥센 타자들 역시 레일리의 모습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우타자들에게 장타를 허용하는 것이 경기의 통과의례와 같았지만 이날 우타자들을 상대로 얻어맞은 장타는 전무했다. 4개의 피안타 중 좌타자인 임병욱에게 맞은 2루타가 장타의 전부였다. 
5회 김민성에 좌전 안타를 맞았고, 임병욱에 2루타를 맞았다. 그리고 김혜성에 적시타를 허용하며 2실점을 했다. 하지만 레일리의 공격적인 패턴에 노림수를 가지고 들어온 임병욱의 타구를 제외하면 정타는 없었다. 김민성의 타구 역시 빗맞은 타구였고, 김혜성에게 맞은 적시타 역시 방망이 끝에 맞고 내야의 전진수비를 피해 외야로 흘러나간 불운의 안타였다. 레일리의 변화가 유의미했다는 증거다.
사이드암으로 팔 각도를 내린 가운데 레일리는 장기인 투심 구사율을 더욱 높였다. 포심 17개를 구사하는 대신 투심은 57개나 던졌다. 사이드암의 각도로 투심의 무브먼트와 위력을 더욱 끌어올린 게 주효했다. 18개의 슬라이더와 20개의 체인지업의 위력도 달라진 팔각도와 함께 높아졌다.
레일리의 이런 변화는 개인의 생존과 반등을 위한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4.83은 분명 팀에서 기대한 모습은 전혀 아니다. 시즌 내내 안정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레일리의 한국무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경기 중 보여준 투구내용과 성적을 감안했을 때 재계약은 힘든 분위기다. 또한 롯데는 가을야구를 포기하지 않은 상황인데 9월에 펠릭스 듀브론트를 퇴출하는 강수를 뒀다. 
구단 일각에서는 외국인 선수 전원 배제라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대두되던 상황이었다. 그동안의 한국무대 경험이 레일리의 잔여경기 생존과 재계약의 담보가 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레일리는 마지막 모험을 걸었다. 가을야구를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롯데 입장에서도 레일리의 몸부림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SBS 스포츠-KBS n스포츠 중계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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