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 예비역' 정수빈, 경찰 야구단이 준 '쉼표의 의미'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9.18 06: 02

"천천히 나의 것을 찾아가고 싶어요." 경찰 야구단 1년 차 당시 정수빈(28·두산)의 목표 확실했다.
2016년 시즌 종료 후 정수빈은 두산을 떠나 경찰 야구단 소속으로 병역의 의무를 시작했다. 2015년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면서 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그였지만, 2016년 타격감이 떨어지면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일이 많아졌다. 평소 다른 선수의 타격폼을 벤치 마킹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정수빈이었던 만큼,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고민이 깊어질 무렵 경찰 야구단은 정수빈에게 다가온 작은 탈출구였다. 치열한 경쟁을 떠나 한 발 뒤에서 자신을 되돌아 볼 시기였다. 경찰 야구단에 갓 합류한 정수빈은 '타격폼 정립'과 '야구에 대한 흥미 찾기'를 목표로 내걸었다.

언제까지 남의 타격폼만을 따라할 수 없는 노릇. 자신의 것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아울러 경쟁으로 몸도 마음도 지치면서 야구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고 있던 만큼, 여유를 가지고 하나씩 자신의 것을 확실하게 다지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유승안 경찰 야구단 감독도 정수빈의 목표에 힘을 실어줬다. 타격에 대한 큰 간섭보다는 스스로 고민하고 자신의 것을 확실하게 만들 수 있는 판을 마련해줬다. 1할에서 2할 대를 머물던 정수빈의 2017년 퓨처스리그 타율은 어느덧 3할로 올랐고 3할2푼4리로 시즌을 마쳤다.
경찰 야구단 2년 차. 정수빈은 "이제 더 이상 타격폼을 바꾸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중간 중간 고민과 수정은 있지만, 큰 틀은 벗어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자신의 것에 확신이 생긴 시기였다.
1년 9개월의 복무를 마친 뒤 정수빈은 "그동안 준비 잘해왔다"라며 경찰 야구단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이야기했다. 김태형 감독도 일찌감치 "정수빈이 제대하면 곧바로 1군에 등록시킬 생각"이라며 복귀를 기다렸다.
돌아온 정수빈은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8경기에서 타율 3할7푼, 2홈런, 11타점으로 활약했다. 지난 16일 NC전에서는 결승타를 날렸다. 잠실을 누비던 넓은 수비 범위도 여전했다. 지미 파레디스, 스캇 반슬라이크 등 외국인 타자가 연이어 부진하면서 생긴 외야 공백도 정수빈의 활약으로 정리됐다. 두산의 우승 행진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가득찬 부담과 고민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잠시 쉼표를 찍었다. 비우기도 했고, 다시 채워지기도 했다. 정수빈이 경찰 야구단에서 이뤄낸 큰 성장이었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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