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다언] '트로이카 시대'와 다른, 팬들의 K리그 르네상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8.09.17 16: 17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가파른 상승곡선이다. 축구에 대한 관심이 최근 10여년 동안 가장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 경기를 앞둔 전북 구단 관계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선수단 경기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오후 2시 경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 전북은 비가 오다 멈추는 등 애매한 날씨 때문에 관중을 많이 유치하지 못했다. 전주에 찾은 관중은 11190명.
하지만 궃은 날씨였기 때문에 만 명이 넘는 관중 유치는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또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159번째 ‘동해안 더비’가 열린 문수월드컵경기장에도 13224명의 관중이 찾았다. 울산 구단의 노력 덕분에 올 시즌 평균관중(6692명)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과 대구가 맞붙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엔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13243명의 팬들이 찾았다. 27라운드 관중(6392명)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K리그 28라운드의 평균관중은 8275명으로, 27라운드(4203명)보다 크게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분위기 살리는 데 성공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파울루 벤투호가 출범 후 안정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생긴 기대감에 따라 관중들의 발걸음이 축구장을 향했다.
특이한 경우다. 1998 프랑스 월드컵 후 르네상스를 이뤘던 상황만큼 폭발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기대이상이다. 당시에는 이동국-안정환-고종수 트리오를 앞세워 소녀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또 그들이 축구장을 찾으면서 흥행의 기폭제가 됐고 인기를 양분하는 야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선수들의 해외이적과 여러가지 이유를 통해 축구의 인기가 완벽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 그 후 김남일 등을 앞세워 다시 저변 확대를 노렸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없었다.
이번에는 다른 방식이다. 금메달과 벤투호의 활약이 중심이다. 대표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은 선수들은 대부분 해외파다. 손흥민(토트넘),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은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아니다.
코스타리카와 경기를 마친 뒤 파주 트레이닝센터(NFC)에 전 날부터 자리를 맡아 오픈 트레이닝 행사를 지켜본 이들은 대부분 해외파들을 보기 위해 방문했다. 당시에도 손흥민-이승우 그리고 기성용(뉴캐슬)과 황희찬(함부르크) 등이 인기였다.
따라서 현재의 인기 상승은 선수 개개인에 의지하는 현상과는 다르다. 축구 자체에 대한 재미를 즐기기 위한 팬들이 많다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팬덤이라고 부르는 소녀팬들부터 중-장년팬들까지 선수들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축구 자체에 대한 흥미가 늘어난 덕이다. 특히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야구와는 다르게 인맥축구 등으로 비난을 받았던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면서 얻어낸 성과다.
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들은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도 더 재미있는 축구를 펼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더욱 공격적인 축구와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 더 많이 고민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축구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팬들이 직접 만든 성과다. 그저 알아서 찾고 있는 이들을 위해 숟가락만 얹는다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팬들이 만든 성과에 대해 만족해서는 안된다. / 10bird@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