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주장' 이동국 그리고 노장의 힘, '전북 비밀 무기'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8.09.15 23: 40

"이동국 선수도 주장 입니다".
전북 현대는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1 2018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서 4-0의 완승을 챙겼다. 한교원이 1골-3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선보였다. 한교원은 세밀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제주수비를 괴롭혔다.
또다른 주인공이 있다. 전북 3번째 골을 기록한 이동국이다. 그는 교체 투입된 후 5분만에 골을 터트렸다. 한교원의 패스를 받은 이동국은 페널티 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제주 골키퍼 이창근을 뚫어냈다. 한교원의 패스를 투터치로 슈팅까지 연결한 이동국은 11호골로 국내 선수중 문선민(인천)과 함께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특히 그는 K리그 통산 213번째 골을 기록했다.

평소 슈퍼맨 세리머니를 펼쳤던 이동국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대기 장소에서 함께 몸을 풀던 후배들에게 다가갔고 함께 얼싸안고 기쁨을 드러냈다. 조성환, 박원재, 유승민, 홍정남 그리고 트레이너 지우반까지 함께 골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이동국은 올 시즌 많은 시간 나서지 못했다. 득점 선두인 제리치에 비해 출전시간이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제치리는 2200분이고 이동국은 1268분이다. 문선민도 2106분이다. 경쟁자들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지만 효율은 높다. 1979년생으로 마흔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주로 교체로 나서는 이동국은 팀내 고참들과 함께 몸을 푼다. 짧은 시간 나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경기에 출전하면 자신의 기량을 모두 발휘하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 특히 이동국에 대해 후배들은 '후보주장'이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동국을 필두로 조성환, 박원재는 모두 삼십대 후반의 선수들이다. 따라서 경기 출전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필요한 순간 나선다.
물론 경기가 아닌 상황에서도 모두 제 역할을 갖고 있다. 이동국은 맏형으로 중심을 잡는다. 박원재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뒤에서 묵묵히 후배들을 챙긴다. 조성환은 외국인 선수 로페즈와 친밀한 관계를 보인다. 이미 올 시즌을 앞두고 펼친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브로맨스'를 증명했다. 한국에서 생활에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경기 전에도 교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마지막까지 공 정리도 도왔다. 물론 막내들이 볼을 들고 이동했지만 정리도 잊지 않았다.
이동국은 경기 후 "후배들이 기회를 만들어 줬다. (한)교원이도 침착하게 경기를 펼쳤다"면서 "특히 올해 기록한 골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볼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갈 것 같았다"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동계훈련 때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에 각각 7명과 2명의 선수가 빠지면서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없었던 전북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는 4명,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3명의 선수가 차출됐다. 힘겨운 싸움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동국을 비롯한 고참들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라운드안에서의 활약을 시작으로 팀 안팍에서 도움을 준다. K리그 1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에 도전한다. 첫 경기서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지만 노장들은 조용하게 후배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동국이 펼친 특별한 세리머니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 10bird@osen.co.kr
[사진] 전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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