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뭐하러 왔어" 최태웅 감독이 전광인 혼낸 빅피처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9.14 06: 00

 올 시즌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단연 주목의 팀이다. FA 최대어 전광인을 영입해 기존 문성민과 외국인 선수 파다르까지 화려한 '삼각편대'를 꾸렸다. 지난 시즌 MVP를 차지한 센터 신영석까지 공격력은 역대급이다.
그런데 현대캐피탈은 제천•KAL컵 남자 프로배구대회에서 아직 기대만큼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컵대회 성격이 V리그를 앞두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비시즌 손발을 맞춰본 것을 테스트하는 성격이 짙다. 대표팀에 차출된 주축 선수들은 소속팀 훈련 기간이 짧았다. 팀을 옮긴 전광인, 파다르와 주전 세터가 된 이승원이 호흡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 13일 KB손해보험에 세트스코어 3-2로 힘겹게 역전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KB손해보험과의 2세트 도중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작전 타임 도중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전광인을 향해 "너, 뭐하러 왔어"라고 쓴소리를 했다. 1~2세트 현대캐피탈은 공수에서 KB손해보험에 끌려갔고, 전광인의 플레이는 따로 겉돌았다.

경기 후 최태웅 감독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밖에서 보는 현대캐피탈 배구단은 밝고 즐겁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이는 것 같다. '와서 즐기면 되는구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철저하게 준비하고 땀 흘려서 훈련하기 때문에 좋은 경기력과 밝은 모습이 나온다. 외부에서 보면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광인을 향해 공개적으로 팀 플레이에 치중하라는 의미다.
최 감독은 2세트마저 내주자 3세트에는 전광인을 아예 빼고 박주형을 선발로 내보냈다. 1승과 코보컵 4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광인을 비롯한 팀 전체를 향한 메시지였다. 팀에 적응해야 하는 전광인 뿐만 아니라 이적생 파다르, 포지션을 레프트로 옮기는 문성민, 주전 세터의 임무를 짊어진 이승원 등 현대캐피탈은 거의 전원이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최 감독은 화려한 파다르-문성민-전광민 삼각편대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는 "장단점이 있는 삼각편대의 플랜A보다는 문성민-박주형, 전광인-박주형으로 기용하는 플랜B를 해야 할 것 같다. 올 시즌 키플레이어는 박주형이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팀이 정신력이 해이해진 상황인 거 같다"고 했다. 전광인이 짧은 훈련 기간으로 인해 제대로 녹아들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크게 드러나지만, 선수 개개인 모두 조직적인 스피드 배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효과는 있었다. 3세트, 레프트 자리에 문성민-박주형이 들어가면서 공수 연결과 흐름이 좋아졌다. 최 감독은 "2세트는 현대캐피탈의 특유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광인이를 쉬게 하고 주형이를 내세웠다. 문성민이 3세트에서 득점은 많이 올리지 못했으나 분위기를 살려 놓고 교체로 나왔다"고 평가했다. 
전광인도 느끼는 바가 있었다. 경기 후 '3세트 벤치에서 경기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전광인은 "내가 팀에 스며들지 못했구나 생각했다. 내가 뛸 때 분위기랑 조금 다르더라. 내가 팀에 흡수돼, 따로 하는 배구가 아닌 같이 하는 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2세트 작전 타임 때 최 감독의 쓴소리에 대해서도 전광인은 "내가 안 되는 부분은 다그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감독님 말씀을 감사히 들어야죠"라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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