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와 달라"..'암수살인' 김윤석X주지훈, 묵직하게 쫓는 범죄실화극(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9.13 16: 44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장르영화라는 점에서 기존의 형사물과 결이 다르다.”(김태균 감독)
영화감독 김태균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필름295 블러썸픽처스)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이 같은 설명으로 기존에 출시됐던 형사물과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암수살인’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까라는 의문을 가질법할 정도로 드라마틱한 실제 범죄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극에 영감을 준 실제 형사는 여전히 살인범의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시작은 지난 2012년 가을, 김태균 감독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파렴치한 살인을 저지른 범인과 그를 쫓는 형사의 에피소드를 접했다.

이날 방송에는 ‘암수살인’의 핵심인 암수범죄를 다뤘다. 암수범죄란 살인사건이 실제로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았거나 용의자 신원파악이 해결되지 않아 공식적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 사건을 말한다.
방송 다음 날 취재를 위해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간 김 감독은 실제 주인공인 김정수 형사를 만나 범행의 흔적이 생생히 남아있는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영화화를 위해 5년간 인터뷰와 꼼꼼한 취재를 했고, 마침내 한국영화에서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암수살인’이 탄생했다. 오는 10월 3일 베일을 벗는다.
이날 오후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는 각본 및 연출을 맡은 김태균 감독과 형사 김형민 역의 김윤석과 범인 강태오 역의 주지훈이 참석했다.
먼저 김태균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모티프를 받아서 영화를 진행하는 것에 부담이 있었지만, 차별점을 두려고 했다”며 “스스로 특징을 둔 게 암수살인이었다. 형사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진실이 증명되는 역수사 방식을 통해 범인을 찾으려 한다. 기존 장르 영화와 달리 피해자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범죄 도구 등 참혹한 것들을 담지 않으려고 했다. 장르적으로 다른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연출 방향을 밝혔다.
주지훈은 “탄탄한 시나리오가 좋았다. 김윤석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돼 있었는데 그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기존의 형사물, 범죄 드라마와 다른 결을 느꼈다. 장르 드라마의 쾌감이나 스피디한 전개가 없었기에 양날의 검이라고 느꼈지만 말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강태오라는)강렬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김형민 형사 역할을 맡은 김윤석은 “김형민 형사가 마지막 사건을 짚어나가는 연기를 했을 때, (범인)주지훈이 연기하는 표정을 보면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극중 태오는)공부도 잘했던 친구인데 어떻게 그렇게 살인자가 됐을까 하는 마음에, 미묘하게 슬프기도 했다”며 “주지훈이 무서운 살인마 연기를 했지만 어떤 때는 그의 연기에서 천사 같은 얼굴을 보기도 했다. 주지훈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거 같다”고 칭찬했다.
살인마 강태오를 연기한 주지훈은 “김윤석 선배님의 눈빛과 감정 연기를 잊을 수 없다”며 “오늘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그 때의 감정이 떠오른다. 되게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셨다”고 화답했다.
이어 김윤석은 “형사물이라는 점에서 ‘추격자’와 비교될 거 같다”며 “그땐 전직 형사고 이번에는 현직 형사다. 당시 (하정우와 저의 추격이)UFC 같았다면, 이번엔 (주지훈과 저의 추격이)테니스 같다. 하지만 속으론 강렬하게 UFC를 하고 있었을 거다”라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김윤석은 “‘암수살인’에서 했던 형사가 가장 마음에 든다. 이런 형사가 실제로도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며 “폭발적으로 끓어오르는 형사가 아니라, 느리더라도 천천히, 진실을 추구해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했던 형사들 중에 (김형민이)가장 마음에 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암수살인'은 피해 여성을 구하기 위한 전직 형사의 숨 가쁜 추격과 그날의 긴장감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던 ‘추격자’(감독 나홍진, 2008)와 궤를 달리한다. 하정우와 김윤석이 당시 잔인하고 스피디한 모습을 선보인 반면, ‘암수살인’은 빠르지 않지만 천천히 진실을 좇는다.
주지훈은 김윤석과의 호흡에 대해 “선배님에 대한 존경심과 두려움이 동시에 있었다. 근데 촬영장에서 뵈니 예상과 달리, 마치 카스테라처럼 부드럽고 친근하셨다”며 “선배님과 함께 한 조각 한 조각 장면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강태오 캐릭터에 대해 그는 “제가 영화에서 메이크업을 안했다. 살을 뺀 것도 아닌데, 다크서클 때문에 살이 빠진 것처럼 보였나보다(웃음)”라며 “머리가 짧은 게 대본에 적혀 있었지만 그렇다고 삭발을 하라는 것도 아니었다. 감독님께 '삭발을 해보면 어떠냐?'고 여쭤 봤는데 그 역시 삭발을 원하셨다고 하더라(웃음). 꿍짝이 잘 맞아서 신속하게 이뤄진 거 같다. 캐릭터에 많은 변화를 주기보다 변곡점을 주는 게 나을 거 같았다”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태오가 감방 안에서 생활하는 모습, 감옥 안에서 센 척을 하기 위해 금품이나 물건을 요구하는 걸 흥미롭게 봤다. 그 부분을 디테일하게 만져서 자세히 가려고도 했지만, 캐릭터의 호흡이 빠르게 달려가니 제가 따로 세심한 준비를 할 필요가 없을 거 같았다. 모든 것을 현장 자체에 맡긴 거 같다”고 설명했다.
연쇄살인 소재 영화의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아닌, 실체에 대한 감정조차 불가능해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는 희대의 살인범 강태오 캐릭터가 주지훈으로 인해 생생하게 살아났다. 주지훈과 김윤석은 서브와 리시브를 하듯, 밀리지 않은 채 연기 대결을 펼쳤다. 각자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엎치락뒤치락 주고받은 두 배우의 연기는 '암수살인'을 보는 가장 큰 재미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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