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출연하는 정유미가 왜 페미니스트인가(종합)[Oh!쎈 이슈]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9.12 18: 59

 “페미니스트야? 뭐야?”
배우 정유미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12일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들이 이 같은 말로 그녀를 페미니즘 프레임에 가두고 있다.
여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주장을 내세우면 ‘개념녀’나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고, 반대 진영에서는 ‘꼴페미’라고 분류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성주의적 사고가 만연해 있음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82년생 김지영’은 제도적 차별이 사라진 시대에도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남녀 차별적 요소가 작동하는 사회를 고발한다. 책에서는 주인공 김지영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미처 못 다한 말들을 상담한 정신과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결론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소설 속 김지영과 같은 또래인 30대 여성으로 살아온 여자의 고민이 녹아들어 갈 것은 분명하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을 읽고, 영화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해서 모두가 남성을 비난하고 무시하는 극단적 ‘페미니즘’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 사실 이 단어의 의미 자체가 이미 변질됐기 때문에 현재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는 페미니즘은 단어 자체부터가 논란거리다.
과거에는 남성과 여성만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차별을 받는 위치에 있었기에, 여성의 권익 신장이 성 평등에 다가가는 빠른 길이었으므로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성의 권익도 많이 신장되었고 차별받는 남성의 문제도 대두되었으며 다양한 성 소수자들의 문제까지 나타나는 등 상황이 바뀌었다. 왜 차별받는 남성과 성 소수자의 문제까지 페미니즘의 깃발 아래에서 이야기되어야 할까.
‘페미니즘=남성혐오’라는 등식부터가 논란을 유발한다. 일부 남성 혐오자들 사이에서 여권 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페미니즘이 남성혐오에 소모되는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준을 재설정해야할 시점이다.
지금 나오는 모든 페미니즘 운동은 성차별에 저항하기 위한 훈련이지 남성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남성 중심적 권력구조를 파괴하려는 이 과정에서 충돌하는 지점이 발생할 수 있지만 방향이 왜곡됐다고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
사실 올바른 페미니즘을 나누는 건 의미가 없다. 페미니즘은 남성특권구조를 붕괴시키기 위한 저항운동일 뿐이다. 페미니즘을 주장한다고 해서 이게 남자를 무시하는 행위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정유미는 그저 ‘82년생 김지영’보다 한 살 어린 83년생으로, 동시대를 산 여자로서, 30대를 사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재현하려는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지적, 페미니스트란 말에 딸린 부정적 뉘앙스에 겁을 먹는 사람들이 새롭게 페미니즘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purplish@osen.co.kr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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