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가 원하던 축구를 칠레가 보여줬다 [한국-칠레]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8.09.11 21: 50

벤투호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축구를 칠레가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7위)은 11일 밤 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린 A매치 평가전서 남미의 강호 칠레(12위)와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칠레전에 확인할 것이 있었다.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전서 2-0 쾌승을 거뒀지만 칠레는 또 다른 차원의 상대였다. 알렉시스 산체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클라우디오 브라보(맨체스터 시티) 등이 제외됐지만 아르투로 비달(FC 바르셀로나), 게리 메델(베식타시)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했다. 진짜 강호를 맞아 본격 시험대에 오른 한국이었다.

칠레는 2015~2016년 코파 아메리카 2연패를 달성한 팀다운 기량을 뽐냈다. 물 샐 틈 없는 압박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이 자유로웠다. 최전방 공격수부터 압박 강도가 상당했다. 한국은 득달 같이 달려드는 칠레의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벤투호가 추구하는 축구였다.
벤투 감독은 칠레전을 하루 앞두고 "굉장히 강력한 상대 앞에서도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다"면서 "수비는 최전방부터, 공격은 최후방부터 조직적으로 해야 한다. 경기를 지배하며 최대한 상대에게 적은 기회를 내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칠레와는 다르게 한국은 벤투 감독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최후방 빌드업부터 흔들렸다. 특히 골문을 지킨 김진현이 위기를 자초했다. 장기인 발밑이 애를 먹었다. 총 4차례 결정적인 패스미스로 치명적인 위기를 안겼다. 이용(전북) 등 수비수들의 안일한 볼처리도 문제가 됐다. 결국 전반 내내 벤투 감독이 강조한 부분은 실현되지 않았다. 후반 중반 이후 칠레의 체력이 떨어지자 한국의 강점이 살아난 건 위안거리였다.
칠레에선 나란히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한 아르투로 비달(FC 바르셀로나, A매치 101경기)과 게리 메델(베식타시, A매치 112경기)이 돋보였다. 비달은 중원과 전방을 오가며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의 표본을 보여줬다. 엄청난 활동량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안정적인 볼소유와 정확한 패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슈팅과 커팅으로 월드 클래스 기량을 뽐냈다. 메델은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더를 자유롭게 오가며 주장 완장의 품격을 과시했다.
한국은 그래도 잘 싸웠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 오사카), 황희찬(함부르크)을 앞세운 간헐적인 역습으로 종종 칠레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중거리포도 빛났다. 한국은 무실점으로 칠레전을 마치며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칠레는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으로 한국에 월드컵과 같은 실전 경험을 선사했다. 승리보다 값진 배움이었다./dolyng@osen.co.kr
[사진] 수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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