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 발데스의 활약...그래서 더 아쉬운 대처 [한국-칠레]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8.09.11 21: 51

'인종 차별 제스처'의 당사자인 디에고 발데스(24, 몬테레이)가 한국전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로 인해 더욱 아쉬워지는 구설수와 대처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7위)은 11일 밤 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린 A매치 평가전서 남미의 강호 칠레(12위)와 0-0으로 비겼다.
앞서 한국은 지난 2008년 1월 30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 평가전을 가진 바 있다. 당시 허정무호는 칠레와 평가전에서 0-1로 패배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경기서도 한국은 아쉽게 복수극에 실패하며, 역대 상대전적에서 1무 1패를 기록하게 됐다.
경기 전 칠레는 인종 차별 논란에 시달렸다. 논란의 당사자인 발데스는 지난 9일 수원역 근처에서 한국팬들의 사진 요청에 응하는 과정에서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양인을 비하할 때 하는 행동이다.
당시 사진에는 칠레 대표팀의 개리 메델과 엔조 로호도 함께 찍혀 있었다. 직접 사진을 요청받은 메델은 환한 미소와 함께 친절하게 사진 촬영에 응했다.
당사자가 아닌 로호는 카메라를 직시하지 않았지만, 발데스는 한국 팬 뒤에서 눈을 찢는 제스처로 한국 팬을 조롱했다.
인종 차별에 대한 칠레의 대처 역시 최악이었다. 레이날도 루에다 칠레 감독은 "경기장 내에서 축구 내적인 것을 물어볼 것인지, 축구 외적인 것을 물어볼 것인지 알고 싶다"면서 발데스 문제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루에다 감독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전 선발 라인업에 발데스를 포함시켰다. 이날 발데스는 비달의 아래에서 칠레의 경기 운영을 책임졌다. 경기 내내 날카로운 패스와 킥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다. 발데스는 수차례 좋은 득점 기회를 잡기도 했다.
좋은 활약을 보여줬기에 발데스의 잘못된 언행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앞서 그는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SNS을 통해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상처받았을 수도 있는 누군가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발데스의 발언은 전형적인 인종 차별 행동 이후 나오는 변명이었다. 과거 인종 차별 제스처로 논란을 일으킨 사람들 대다수가 ‘의도가 없었다’며 무고를 주장했다. 201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했던 페데리코 발데르데(우루과이), 11월 한국과의 A매치 경기 중 에드윈 카르도나(콜롬비아) 등 역시 비슷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날 경기장서 한국 팬들은 ‘월드 클래스’ 비달의 플레이에 감탄하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발데스 역시 인종 차별 구설수만 아니었다면, 한국 팬들의 응원을 받았을 것이다.
경기장서 발데스가 좋은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에 인종 차별 구설수와 어설픈 대처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는 밤이었다.
/mcadoo@osen.co.kr
[사진] 수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