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맏언니’ 임영희의 눈물겨운 투혼 [AG]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9.02 05: 50

‘맏언니’ 임영희(38·우리은행)의 투혼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대표팀은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이스토리아 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중국에 65-71로 패했다. 남북단일팀 코리아는 은메달을 따는데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평균신장이 190cm에 육박하는 장신군단 중국을 맞아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선수들이 중국의 높이를 의식해 주눅이 들었고, 슛폼이 흐트러져 좀처럼 득점을 하지 못했다. 이 때 과감한 돌파로 포문을 연 선수가 바로 최고참 임영희였다. 178cm 임영희는 자신보다 15cm 이상 큰 선수들을 상대로 과감한 플레이를 펼쳤다. 그러자 박지수, 박혜진 등 동생들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심판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로숙영은 어처구니없는 판정 때문에 2쿼터에 이미 4파울로 발이 묶였다. 중국은 인해전술로 박지수를 괴롭혔다. 195cm가 넘는 센터 세 명이 돌아가며 박지수를 맡았다. 공수에서 부담이 너무 큰 박지수는 일찍 체력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로숙영까지 없어 공격을 맡아줄 선수가 없었다. 그 때 마다 임영희가 나서 특유의 정확한 점프슛을 터트려줬다.
임영희는 4쿼터 중반 상대의 반칙에 코트에 머리를 강하게 충돌했다. 분위기가 넘어가는 터라 벤치에서 오래 쉴 수도 없었다. 임영희는 곧바로 코트로 돌아와 팀을 이끌었다. 그렇게 몸을 바쳐가며 투혼을 불살랐지만 중국의 융단폭격을 당해낼 수 없었다. 심판도 우리 편이 아니었다. 결승전에서 박혜진이 40분, 임영희가 38분 56초, 박지수가 35분을 뛰었다. 반면 중국은 30분 이상 출전한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임영희(24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는 가장 많은 24점을 넣었지만 승자는 되지 못했다. 
같은 결승전이지만 여자농구 결승은 야구나 남자축구, 남자배구에 비해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심지어 김연경이 뛰는 여자배구 3,4위전보다도 화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공중파를 통해 여자농구를 본 팬들은 선수들의 투혼에 감동을 받았다. 치열하게 싸운 것만으로 따지면 여자농구가 최고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여자농구를 처음 봤다는 사람들도 '눈물을 왈칵 쏟았다'고 할 정도로 선수들이 대단한 투혼을 발휘했다. 남과 북의 선수들이 함께 했다는 사실도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기자가 진천선수촌을 갈 때마다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선수도 임영희였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식사를 한 선수들은 숙소에서 1분이라도 더 쉬길 원한다. 하지만 임영희는 항상 저녁훈련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와 웨이트장에서 몸을 만들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이다. 오히려 감독은 제발 쉬라고 말리지만 “괜찮다!”면서 훈련장으로 향하는 임영희였다. 그가 농구선수로서 환갑인 나이에 만개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임영희의 투혼에 감동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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