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남녀 언어 달라"..'너의결혼식' 감독이 풀어낸 첫사랑 연대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8.22 17: 27

 (인터뷰①에 이어)영화 ‘너의 결혼식’(감독 이석근, 2018)은 시작부터 대놓고 웃기는 유머와 함께 일상적인 생활 개그 코드가 많은 멜로 로맨스 드라마이다. 평범한 고교 시절과 캠퍼스 생활을 보냈다면, 대부분의 성인 남녀들이 마치 내가 실제로 겪었던 에피소드 같다는 점에서 남녀 관객들 모두에게 호감을 사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연을 맡은 박보영과 김영광이 영화 초반부터 교복을 입고 등장해 10대 시절을 추억하게 하더니, 풋풋했던 대학생 시기를 거쳐 힘겨운 취업준비생으로 변신해 공감을 끌어올린다. 남들에게는 쉬운 취업의 과정이, 마치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듯한 부정적인 생각들과 좌절,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우연과 승희의 사랑을 채운다. 기존의 로맨스 영화들과 또 다른 신선함을 전하는 이유이다.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이석근 감독은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첫사랑의 연애담부터 사회생활까지 인물들의 성장이 보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승희와 우연의)아역을 더블 캐스팅하지 않았고 한 사람으로 간 것”이라며 “과거에 이랬던 친구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달라지고 사람을 대하는 내공이 쌓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영화는 한마디로 ‘성장담+연애담’”이라고 설명했다.

우연(김영광 분)과 승희(박보영 분)가 어느 덧 전쟁 같던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인이 되는 과정은 모두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적극적이고도 귀여운 환승희 캐릭터를 맞춤옷을 입은 듯 소화한 박보영의 연기는 이견 없이 칭찬을 받고 있다.
이 감독은 “박보영은 굉장히 오래 전부터 캐스팅이 돼 있었는데 남자 배우 캐스팅에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 보영 씨가 기다려줬다”며 “김영광으로 캐스팅이 되고 나서 첫 촬영을 하는데 박보영이 이미 ‘승희’가 돼서 나타났더라. 아주 정확하게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박보영과 (작품의 방향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굳이 상업적인 내용으로 갈 필요가 있겠냐고 결론을 냈다.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꾸려나가면서 담백한 느낌으로 가자고 의견을 나눴다”고 촬영 과정을 전했다.
‘너의 결혼식’은 남자의 시선에서 첫사랑을 풀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첫사랑을 추억하는 남녀의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하긴 하지만, 남자와 여자들은 보통 만남부터 이별까지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감독은 “남자들은 과거의 그녀가 그때 왜 그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헤어지게 되면 추측만 하는 거다. 남자와 여자의 언어가 달라서다. 또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도 다르다. 보통의 남자들은 ‘여자친구가 나보다 분명 철이 들긴 했지만 매정했던 거 같다’고 한다. 서로 다른 말을 하기 때문에 결국 답이 안 나온다”고 분석했다.
“‘너의 결혼식’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저도 연애 경험이 있지만 헤어질 땐 정말 마음이 아프다. 첫사랑을 떠올리면 가슴 시린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인연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시고 그런 점들을 떠올리셨으면 좋겠다. 이별했어도 생각해보면 꼭 나쁘지 만은 않았던 만남이다. 만남과 이별을 통해 성장하니까.”/ purplish@osen.co.kr
[사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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