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윤종신의 도전, '사재기+신뢰도↓' 음원사이트에 던지는 화두
OSEN 정지원 기자
발행 2018.08.22 10: 22

"'취향 연결자' 역할을 하는 음원사이트를 좀 더 기대해봅니다."
음원순위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음원사이트는 일주일만에 빛 바랜 '차트 프리징' 대책 이후 사실상 현 상황을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 시스템이 문제인데 정작 시스템을 지휘하는 이들은 조용하고, 이번에도 아티스트가 소신을 밝혔다. 분명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지만, 시스템이 변화하지 않는데 어쩌겠는가.
◆윤종신이 밝힌 '도전'이란? 

자발적으로 신곡을 음원사이트 1면에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멜론을 예로 들면, 첫 페이지 최신음악란에 자기 음악 안 올리겠다는 거다. 최신음악 란에 들어가는 것, 그 중에서도 가장 앞에 앨범이 위치하는 것 모두 소속사와 유통사 간 상의 끝에 결정된다. 화제성 높은 가수, 혹은 유통사와 '얘기가 잘 됐을' 경우에 가장 처음 최신음악란에 앨범을 놓을 수 있다. 
윤종신은 이 최신음악란에 제 재킷사진 올리지 않고 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렇다 해서 윤종신의 음악 발표를 전혀 알 수 없는 건 아니다. 윤종신이라는 뮤지션에 '좋아요'를 누른 이들은 음원사이트 피드를 통해 윤종신의 신곡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윤종신의 음악'이 취향인 사람이라면 누구든 윤종신의 음악 발매 소식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왜 이런 도전을? 
당장 차트만 봐도 알 수 있다. SNS 바이럴 마케팅에 성공했다는 숀, 닐로, 장덕철, 오반의 차트 순위는 대중의 체감, 화제성 지표인 버즈량과는 하등 관계없이 최상위권에 이름 올렸다. 그 방법이야 어찌됐든, 일단 차트 상위권에 알 박아버리니 멜론 TOP100을 전체재생 하는 유저들 덕에 순위가 유지된다. 그러다보니 귀에 익고, 입으로 불린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대중이 좋아하고, 귀에 익고, 입으로 불리며 순위가 올라가는게 그동안 우리네 '차트 역주행'이었는데,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거다. 윤종신은 이 사태에 대해 지난 달에도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고 정확히 지적한 바 있다. 
TOP100으로 취향을 강요하는 음원사이트, 강요된 취향에 맞추려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일련의 움직임, 대중가요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는 대중까지. 결국 바뀌어야 하는건 시스템, 곧 음원사이트다. 개인 음악 취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저가 원하는 음악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형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윤종신의 주장이다. 그가 최신음악란에서 제 노래를 빼버리고, '윤종신의 음악'이 취향인 사람에게 신곡 발표를 알리겠다는 건 여기서 기인한 행위다.   
◆그럼 음원사이트는 무엇을 하고 있나
윤종신이 말하는 이상적인 음원사이트 역시 태동을 준비 중이다. 네이버뮤직은 최근 새로운 뮤직앱 'VIBE(바이브)'를 론칭했다. 실시간 순위, 차트가 없는 음악 앱인 '바이브'는 네이버의 너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 방식의 음원사이트다. 리스너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선별해주는 시스템의 이 앱은 현재 베타 버전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본격적으로 기반을 넓혀갈 계획이다. 불법 음원 사재기 논란이 격화될수록 이에 피로함을 느낀 이들이 대거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별개로 '불법 음원 사재기 논란'은 뿌리 뽑힐 기미 보이지 않는다. 오전 1시~7시 실시간 차트 및 예측을 중단하는 '차트 프리징' 시스템을 도입한 지 일주일만에 숀이 차트 1위에 오르며 사재기 논란에 휩싸였다. 며칠만에 빛 바랜 정책이 됐다는 뜻이다. 그 이후로 음원사이트들은 잠잠하다. 그냥 넋 놓고 바라보는 실태다. 음원 순위로 시상하는 몇몇 연말 시상식이 꽤나 기대되는 요즘이다. 체감없는 1위들의 향연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jeewonjeong@osen.co.kr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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