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친구야' 횡성에서 이뤄진 꿈의 맞대결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8.21 10: 07

"4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제 2회 횡성군수기 전국대학클럽야구대회가 20일 3일 간의 열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역예선을 통과한 재학생 동아리팀 12팀, 졸업생으로 구성된 OB 12팀, 전국 로스쿨야구동아리 13팀 등 총 37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는 경쟁보다는 유대를 강조하며, 야구를 통해 하나되는 시간을 가졌다.

진풍경도 낳았다. 대미를 장식한 YB팀 결승전. 팽팽한 맞대결에 4강전 두 그룹 모두 승부치기에 들어갔고, 경기대학교 KGB와 제주대학교 소나이즈가 결승전에 올랐다. 결과는 11-3 경기대 승리.
무엇보다 관심을 모은 것은 '고교 친구' 맞대결이었다. 경기대 선발 투수 강우석과 제주대 두 번째 투수 김상동은 중학교-고등학교를 함께 나온 친구다.
기량도 출중했다. 4경기에 모두 올라온 강우석은 결승전 선발로 나와 7이닝 동안 114개의 공을 던져 완투와 함께 팀 우승을 이끌었다. 김상동은 4이닝 동안 77개의 공을 던져 6실점을 기록했지만, 앞선 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팀 결승 진출의 주역이었다.
경기를 지켜본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강우석에 대해 "철완이다"라고 혀를 내두르며 "밸런스가 참 좋았다. 제구도 일정하게 형성된 좋은 투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상동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사이드암 투수라서 지쳤을 때 데미지가 컸던 것 같다. 만약에 하루 쉬었다가 경기를 치렀다면 상대가 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고교 시절 함께 야구 동아리를 만들고 각각 1대, 2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하는 등은 남다른 야구 열정을 보였다. 각각 다른 대학교로 진학하면서 만날 기회가 없었던 가운데, 이번 대회를 통해 투수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강우석과 김상동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연락은 자주 했는데, 아무래도 멀리 떨어져 있어 졸업 후에 한 번 정도 밖에 못 봤다"라며 "A조, D조로 편성되면서 결승 아니면 3,4위전에서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결승전에서 이렇게 맞붙을 수 있어서 정말 신기하고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경기의 승자는 강우석. 동아리 감독을 하고 있는 강우석은 이날 투수로서도 완벽한 활약을 펼쳤을 뿐더러 타자로 나와서는 김상동을 상대로 안타 2개를 쳤다. 반면 김상동은 "삼진 두 개를 당했다"라며 아쉬워했다.
MVP급 활약을 펼친 뒤 '우수 투수상'을 펼친 강우석은 "팀원들이 정말 잘해줬다"라며 "4경기 다 나와서 힘들기는 했지만, 자신이 있어서 '셀프 혹사'를 한 번 했었다"라며 "내년 대회에도 나와 2년 연속 우승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활짝 웃었다.
맞대결에서는 패배했지만, 김상동에게도 이번 대회는 의미가 깊었다. 이번대회에서 제주대 학생들은 사비를 내며 먼 길을 오는 열정을 보여줬다. 학교를 비롯해 지원이 없었던터라 자체적으로 돈을 마련했다. 힘들게 횡성으로 온 만큼, 준우승까지 일궈내는 쾌거를 누렸다. 그야말로 '소나이(사나이)'들의 기적이었다. 김상동은 "이번에 (강)우석이에게 졌는데, 그래도 좋은 추억이 됐다"라며 "정말 오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렇게 준우승까지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비록 승부는 갈렸지만, '경쟁 떠난 유대'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이들의 우정 가득한 맞대결은 야구 만이 품을 수 있는 감동과 스토리를 한 번에 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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