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원포인트 레슨’ 박종훈, AG 히든카드 강해진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8.20 05: 41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소집된 투수들은 휴식 위주의 훈련을 하고 있다. 아직 불펜피칭 단계에 들어선 선수는 없다. 훈련 이틀째인 19일에도 가벼운 캐치볼과 번트 대비 훈련으로 땀을 흘렸다.
그런데 한 선수만 잠실구장 불펜에서 몇 차례 공을 던졌다. 언더핸드 박종훈(27·SK)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에 대한 질문에 박종훈은 “불펜피칭은 아니었다. 다만 뭔가 하나 실험할 것이 있었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아시안게임 명단 발표 이후 성적이 더 좋은 거의 유일한 투수가 박종훈이었다. 그러나 휴식기 전 2차례 등판에서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모두 조기 강판됐다. 박종훈은 과연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스스로 면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는 “체력적으로 다소 지쳐서 그런지 몸이 조금 뜨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문제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긴가민가’한 상황에서 박종훈은 이강철 수석코치를 단걸음에 찾았다. 이 코치는 KBO 리그 통산 152승을 거둔 전설적 투수 출신이다. 여기에 박종훈과 비슷한 언더핸드 출신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 코치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은 것은 성공적이었다. 이 코치 또한 마지막 등판에서 박종훈의 몸이 뜨는 듯한 인상을 받았고 이미 그에 대한 보완점을 생각하고 있었던 와중이었다. 박종훈이 생각한 문제점 그대로였다.
이 코치는 박종훈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KBO 리그 역사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언더핸드 중 하나인 박종훈을 오버핸드 출신 투수코치가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현역 시절 언더핸드였던 이 코치의 조언은 큰 힘이 되는 모습이다. 박종훈은 즉시 이 레슨 내용을 머리에 담고 몇 차례 공을 던진 뒤 미소와 함께 불펜을 빠져 나왔다.
사실 그대로 아시안게임에 갈 수도 있었다. 사실 일찌감치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문제를 해결한 박종훈은 미필자들과 처한 상황이 조금은 다르다. 하지만 박종훈은 태극마크를 가문의 영광으로 여긴다. 이런 대회에서 자신이 대표팀이 폐가 될 수는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 박종훈이 발탁 이후 더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은 자신의 자격을 증명하려고 하는 스스로의 의지가 팔할을 차지했다.
박종훈은 이번 아시안게임의 히든카드다. 오버핸드나 사이드암보다 훨씬 더 보기 드문 유형의 투수이기 때문이다. 같은 언더핸드라고 하더라도 박종훈의 릴리스포인트는 훨씬 더 낮다. 때문에 처음 보는 타자들이 이 타이밍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에 가 있는 에릭 테임즈(밀워키)는 박종훈의 공을 두고 “공을 발로 차는 줄 알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리그라면 충분히 상대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지만, 아시안게임은 단기전이다. 한 번의 맞상대로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다. 박종훈이 제구만 잡는다면 충분히 유리한 게임이다. 특히 금메달 사냥의 결정적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는 대만전 기대가 크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사령탑이었던 류중일 LG 감독은 “대만 타자들이 옆구리 유형과는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다. 공 궤적과 방망이가 상당히 차이가 난다”면서 “박종훈이 자신의 공만 던진다면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에서 그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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