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선수 손해’ 권혁-송창식이 리그에 주는 교훈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8.20 09: 30

그 누구보다 찬란하게 불꽃을 불태웠지만, 결국 선수에게는 크게 남는 것이 없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단지 이들의 문제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리그에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한화의 간판 불펜투수들이었던 권혁(35)과 송창식(33)은 올 시즌 리그 3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 한화에서 별다른 공헌을 하지 못했다. 권혁은 올 시즌 1군 등판 기록이 아직 없다. 송창식도 8경기에서 7⅔이닝을 던지며 1승1홀드 평균자책점 7.04에 머물고 있다. 한용덕 감독 부임 이후 두꺼워진 한화 계투진에서 자리를 잡기조차 쉽지 않은 양상이다.
많은 팬들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두 선수를 바라보고 있다. 팀 공헌도가 팬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권혁과 송창식은 한때 불꽃의 아이콘이었다. 권혁은 2015년 한화와 4년 FA 계약을 맺은 뒤 2년 동안 144경기에 나가 무려 207⅓이닝을 던졌다. 송창식도 2015년과 2016년 130경기에 출전해 171이닝을 소화했다. 권혁은 순수 불펜 이닝이라 역사적이었고, 송창식도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마당쇠 몫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2년의 불꽃 이후 두 선수의 경력은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권혁은 부상에 시달리며 지난해 37경기 출전에 그쳤다. 11개의 홀드를 따내기는 했으나 평균자책점은 6.32까지 치솟았다. 송창식도 지난해 63경기에 나갔지만 역시 평균자책점이 6.63으로 그다지 좋은 기록을 남기지는 못했다. 공헌도야 성적 이상이었지만, 올해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두 선수가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했다면 올 시즌이 끝난 뒤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도 있었다. 권혁이 4년간 건강하게 뛰었다면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재취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등록일수가 모자란다. 송창식도 올해 등록일수를 채우면 생애 첫 FA에 도전할 수 있었지만 물 건너갔다. 올해 4억5000만 원을 받은 권혁과 2억4000만 원을 받은 송창식은 새롭게 단년 연봉 협상에 임해야 한다. 삭감이 불가피한 성적이다. 마냥 정에만 호소할 수는 없다.
결국 당시의 일이 금전적인 손해로 이어진 셈이다. “선수는 남는 것이 없었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물론 송창식과 같이 열심히 던지며 연봉으로 보상받은 점은 있다. 그래도 대박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권혁은 두 번째 FA 전선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한 관계자는 “많이 던져 부상이 있었다는 점에서 두 선수에 관심을 보일 타 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대로 던지면 결국 선수만 손해를 본다”던 당시의 우려가 불행하게도 현실로 나타났다.
권혁과 송창식은 단지 상징적인 사례일 뿐이다. 지금도 잦은 등판, 단기 혹사에 시달리고 있는 리그의 불펜 투수들이 상당히 많다. 이미 부상으로 쓰러져 고전하고 있는 투수들도 적지 않다. 특히 몇몇 팀은 젊은 투수들이 많은 등판을 하며 우려를 모은다. 물론 선수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경우가 많다. 달콤한 연봉 인상으로, 팬들의 칭찬과 같은 명예로 보상을 받는 경우도 상당수다. 그러나 그간 사례를 보면 위험부담이 있다. 성공한 투수들도 잦은 등판이 누적되면 부상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은 ‘팀’을 중시한다. 팀을 위해 조금의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 마흔까지 선수 생활을 하는 시대다. 당장의 열매도 중요하지만 나무에서 계속 열매가 열릴 수 있게끔 길게 보고 갈 필요가 있다. 어떤 감독이든 한 팀에서 5년 이상을 버티기는 쉽지 않다. 반면 선수는 최소 7~9년 이상을 한 팀에서 뛴다. 당장의 성적과 미래를 모두 바라본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갈 필요성이 있다. 비극을 계속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