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절실' 벤투가 선택한 한국 축구, 다시 '변방 증명'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8.08.17 14: 03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기록은 해외 명장들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또 한국 축구는 여전히 변방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새 대표팀 감독 선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을 마친 뒤 새로운 감독 찾기에 나섰던 축구협회는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49)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여러 후보들을 접촉했던 축구협회는 최종적으로 원래 포트 폴리오에 이름을 올렸던 후보군과는 협상에 실패했다.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었다. 또 돈을 뛰어넘는 매력적인 부분을 제시할 수 없던 아쉬움도 남게 됐다.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은 "처음부터 벤투 감독을 정한 것은 아니었다. 3명의 후보군과 협상이 끝나는 상황에서 올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스와 중국에서 치렀던 경기들을 모두 지켜봤다. 충칭에서는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공격이 굉장히 발전된 것으로 보였다. 떠나기 전에도 위원들이 경기를 지켜봤다. 의구심은 있었지만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달랐다. 경력만 보고 간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포트 폴리오에 있는 이름은 팬들께서 좋아할 만한 감독들로 구성됐다. 지난 감독 선임 때보다 금액이 높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 정점까지는 아니지만 그만큼의 능력을 가진 분들을 찾았다. 감독들과 만나기 전 상상 이상의 금액을 부른 분들이 있었다. 관심을 보였지만 다른 클럽에서 오퍼가 오면서 거절한 분들도 있었다"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대부분 우리가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축구팬들의 지지를 받는 분과 어렵게 만났다. 호의를 보여서 집까지 초청했다. 그러나 여전히 젊고 능력이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과 떨어져서 보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국 축구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했다. 손흥민-기성용 정도만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팀이라고 했지만 자신은 젊기 때문에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것과는 괴리감이 컸다. 직접 금액은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대리인의 이야기로는 금액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현실의 벽은 굉장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또 김판곤 위원장은 "다른 후보의 경우 유럽에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로 옮긴다는 것은 큰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말은 돈이다. 대리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밀었다. 개인적으로 지난 월드컵에서 매력 있는 플레이를 보인 감독들을 리스트에 넣고 협상을 했다. 한국에 와야 할 이유가 돈이라면 국내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극복해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려온 상태에서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분명 여러가지를 파악하면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여전히 한국 축구의 위상은 외부에서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네티즌들이 원하는 명장급은 물론이고 젊고 가능성이 높은 지도자들도 한국행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부담이 큰 상황에서 한국 축구를 선택한 것은 실패 후 반등을 원하는 벤투 감독이었다. 포르투갈 축구가 세계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가운데 어렵게 찾은 지도자다. 냉정한 우리축구에 대한 평가로 감독 선임도 받아 들여야 한다. 중국 혹은 중동처럼 금전적인 도전이 없다면 한국 축구가 해외에서 지도자를 찾는 것은 역시 힘든 일이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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