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좋다" 윤종빈 감독, '데뷔작' 하정우부터 '공작'까지[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8.11 11: 57

 ‘공작’(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처스)의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이 작품을 기획한 계기부터 영화를 내놓은 심경까지 가감 없이 털어놓으며 대중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왔다. 상업주의의 논리를 떠나 영화 그 자체를 사랑하는 ‘천생 영화인’이었다.
윤종빈 감독은 11일 오전 방송된 KBS2 ‘영화가 좋다’에 출연해 ‘공작’을 기획한 이유를 전했다. 그는 “안기부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취재를 하던 중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을 갖고 북파된 공작 사건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이건 꼭 영화로 만들 가치가 있는 얘기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영화화를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윤 감독은 액션이나 카 체이싱, 폭파신이 없는 게 현실적인 첩보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영화에서 때리고 부수지 않아도 첩보물을 만들 수 있다”면서 “‘공작’은 말과 말이 액션처럼 느껴지는 고도의 심리전을 그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구강 액션’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고.

‘공작’은 1990년대 초반부터 2005년까지 남북한의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 박석영(황정민 분)이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로 안기부 스파이로 활동했던 박채서 씨의 수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윤 감독은 박채서 씨와의 만남에 대해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당일 약속 장소를 바꾸시더라”며 “‘내일 아침 거기 말고 딴 데서 봅시다’라고 하셨는데 마치 첩보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런 생활이 몸에 밴 분인 거 같아 신기했다”고 전했다.
윤종빈 감독은 영화에서 북한을 재현한 것에 대해 “북한에 갈 수 없으니 평양 방문이 가능한 해외 영화 제작 업체로부터 평양 소스를 구입했다. 돈이 많이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공작’의 총 제작비는 190억 원 가량이 소요됐다. 손익분기점은 470만 명.
윤 감독의 대학 졸업 작품 영화 ‘용서 받지 못한 자’(2005)는 병영부조리, 구타, 가혹행위를 비롯한 한국군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개 부문 수상을 한 것에 이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관심을 받았다.
이에 윤 감독은 “당시 2천만 원으로 찍었기에 제작비가 부족했다. 모두가 스태프이자 배우인 영화였다”고 했다. 윤 감독은 극중 군인 역을 맡아 연기도 시도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걸 찍고 졸업했는데 하정우 형은 이후 여러 영화의 오디션을 보면서 많이 떨어졌다. 그 때 같이 다니면서 술을 많이 마셨다”고 오랜 친분을 전했다.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은 ‘용서 받지 못한 자’를 시작으로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2012), ‘군도:민란의 시대’(2014)까지 네 작품을 함께 했다.
윤종빈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시간은 굉장히 오래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이 만들고 싶은 얘기가 아니면 그 시간 못 버틴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작은 순수하게 하려고 한다. 영화의 메시지 자체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자신만의 방향성을 밝혔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가 좋다’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