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왜 박지수에게 대표팀 선택을 강요하나

[서정환의 사자후] 왜 박지수에게 대표팀 선택을...


[OSEN=서정환 기자] 한국대표팀은 박지수(20·라스베이거스)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는 것일까.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한다. 남측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했다. 북측선수 로숙영(25·181㎝), 장미경(26·167㎝), 김혜연(20·172㎝)과 정성심 북측여성코치는 지난 1일 진천선수촌에 도착해 바로 선수단에 합류했다. 박지수를 제외한 선수 11명은 기록적인 폭염에도 하루 5시간 이상의 강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서 뛰는 박지수를 최종 12인 명단에 포함시켰다. 문제는 한창 시즌을 치르고 있는 박지수의 합류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 정규시즌 막바지를 치르고 있는 라스베이거스(12승 14패)는 리그 9위로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8위 댈러스 윙스(14승 12패)를 두 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가 최근 7승 3패로 상승세인데다 남은 경기가 8경기라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남아있다.

▲ 박지수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이문규 감독

이문규 감독은 2일 진천선수촌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박지수 합류여부에 대해 그는 “박지수라도 연습이 안 되면 갈 수 없다. 최대한 빨리 오든지 못 온다면 못 온다고 말을 해줘야 한다. 박지수가 아무리 잘해도 혼자 농구할 수 없다. 같이 하는 농구를 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합류해도 안 된다. 박지수 자신이 먼저 (출전여부를) 밝혀야 우리도 포기를 한다. 감독입장에서 찜찜하다”고 밝혔다.

한국농구에서 박지수는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장신선수가 절대 부족한 한국농구에서 195cm 센터 박지수는 독보적인 존재다. 박지수 역시 대표팀 합류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WNBA에서 박지수는 동양에서 온 일개 무명신인선수일 뿐이다. 박지수가 먼저 나서서 소속팀에 “대표팀 차출을 위해 시즌종료 전에 날 한국에 보내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라는 것은 넌센스다. 플레이오프를 다투고 있는 팀 입장에서 백업센터 박지수가 갑자기 빠진다면 전력공백이 생긴다. 박지수가 그런 요구를 한다면 계약위반으로 미국무대서 계속 활동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다.


이문규 감독도 답답한 마음에 그런 발언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도 선택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조직력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박지수를 과감히 제외하고 대체선수로 호흡을 맞추면 될 일이다. 박지수를 끝까지 데려갈 의지가 있다면, 대표팀 감독이 선수의 사기를 꺾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박지수에게 믿음을 주는 긍정적 발언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OCA(Olympic Council of Asia)가 주관하는 아시안게임은 WNBA프로팀이 선수를 차출해줘야 하는 의무가 없는 대회다. 만약 라스베이거스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다면, 박지수는 8월 20일 애틀랜타전을 마치고 바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합류할 것이다. 그럴 경우 박지수는 8월 15일 인도네시아전, 20일 대만전에 결장하고 24일 인도전부터 출전이 가능하다.

이문규 감독의 말처럼 농구는 박지수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다. 박지수가 일찍 합류해 손발을 맞추지 못한 점은 손실이다. 하지만 박지수는 이미 17세부터 성인대표팀에서 뛰며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하다. 대표팀 동료들도 북측선수 세 명을 제외하면 이미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사이다. 다만 박지수는 이문규 감독에게 배운 적이 없다.

이문규 감독은 박지수 없이도 대만을 잡을 수 있는 게임플랜을 준비해야 한다. 이문규 감독의 역량이 여기에서 드러날 것이다. 박지수가 없다고 대만에게도 진다면 어차피 한국농구는 우승전력이 아니라는 소리다.

어차피 본게임은 8월 27일 시작하는 8강 토너먼트부터다. 단일팀 ‘코리아’가 최소 조2위를 확보한다면 우승후보 중국, 일본과는 8월 29일 4강부터 만난다. 박지수가 정규시즌을 마치고 합류한다면, 그래도 현지에서 손발을 맞출 시간이 일주일 이상 있다.

▲ AG 차출문제, 사전에 해결할 수 없었나

이문규 대표팀 감독은 “(언론에서) 박지수 걱정은 좋으나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 국가대표팀에 뽑아서 (박지수의) 앞날이 문제라는 말은 상당히 불쾌하다. 용납될 수 없다”며 거침없이 표현했다. 하지만 박지수의 아시안게임 차출문제는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이미 박지수의 WNBA 진출 시부터 아시안게임 차출문제가 예상됐다. 박지수의 WKBL 소속팀 KB스타즈와 농구협회가 나서 미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까.

농구협회 관계자는 “라스베이거스 구단에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 구단이 끝까지 박지수를 보내지 않겠다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축구대표팀 손흥민은 2014년 전 소속팀 레버쿠젠의 반대로 인천 아시안게임에 소집되지 못했다. 이에 축구협회는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손흥민을 반드시 차출하기 위해 현 소속팀 토트넘과 일찌감치 교감을 나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는 것이 토트넘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주지시켰다. 그 결과 토트넘은 시즌 중 손흥민을 아시안게임에 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박지수의 경우 라스베이거스와 계약당시 아시안게임 차출동의 조항을 삽입할 수 없었을까. KB스타즈 관계자는 “WNBA 신인들이 모두 동일한 표준계약서를 쓴다. 특별한 조항을 삽입할 수 없는 구조다. 박지수가 신인이라 그런 요구를 하기가 더욱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을’의 입장인 박지수가 미국 구단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 남북단일팀, 과정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 여자농구는 세간의 관심을 얻고 있다. 여자농구는 ‘코리아’라는 팀명을 쓰고 한반도기를 국기로 사용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일 진천선수촌을 찾아 “남북이 같이 손잡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기쁘다. 온 국민이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하고 지지하고 성원하고 있다. 좋은 성과를 나누길 바란다. 동계올림픽과 통일농구, 아시안게임에 이르기까지 남북이 체육으로 하나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자농구가 단일팀을 구성한 만큼 결과까지 좋다면 가장 모양새가 좋을 것이다. 하지만 설령 ‘코리아’가 금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단일팀 구성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의 선수들이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땀을 흘리는 것만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국민들도 이제 ‘무조건 금메달’만 외치던 시대는 지났다. 애국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스포츠를 선전에 이용하는 시절도 아니다. 단일팀의 의미를 메달색으로 평가하는 것도 잘못됐다.

이문규 감독은 “존스컵에 북측 선수들이 참가하지 못해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없었다. 앞으로 열흘이 남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강행군을 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것은 스포츠의 기본이다. 다만 여자농구가 단일팀을 구성했다는 이유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증을 내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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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3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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