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예고편…잠수함 투수들의 본격적 부상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7.11 12: 00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잠수함 투수들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는 예고편이었고 올 시즌, 리그 각종 기록의 순위표들도 점령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고영표(kt), 임기영(KIA), 박종훈(SK) 등의 젊은 잠수함 투수들이 대거 1군에 연착륙했다. 이들의 활약은 외국인 투수, 그리고 우완과 좌완 정통파 투수들에게만 쏠렸던 시선을 분산시키고 리그 투수진의 다양성과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올 시즌에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잠수함 투수들이 등장해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나타내는 사이드암, 언더핸드 계열의 투수들이 등장했고 팀의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열세라고 불리는 좌타자들이 득실거리는 리그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생존력을 극대화 했다. 

지난해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와 커리어 하이의 성적을 기록한 박종훈(12승 7패 ERA 4.10)은 올 시즌에도 팀 승리의 파랑새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16경기 9승4패 평균자책점 4.19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SK 토종 선발진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0승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재 토종 다승 공동 2위다. 
선발과 불펜을 오갔고 팔꿈치 수술을 받는 등 다소 부침을 겪었던 넥센 한현희는 올 시즌 비로소 선발 투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18경기 8승5패 평균자책점 4.35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승리도 승리지만 한현희의 올해 최대 강점은 이닝 소화력이다. 113⅔이닝을 소화하며 양현종(121⅔이닝)에 이어 토종 이닝 2위를 마크하고 있다. 리그 이닝 순위에서도 6위다.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 타자들을 파고드는 능력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컨트롤 아티스트'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kt 고영표도 5승8패 평균자책점 4.46의 성적으로 기세를 잇고 있다. 특히 올해 벌써 3번의 완투와 1번의 완봉승을 기록할 정도로 팀 승리를 끝까지 책임지는 철완 에이스의 면모까지 선보이고 있다. 105이닝으로 양현종, 한현희에 이은 토종 최다 이닝 3위다. 여기에 지난 시즌 데뷔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NC 이재학도 올해 17경기 2승9패 평균자책점 4.18로 반등했다. 승운이 따르지 않을 뿐, 투구 내용과 체인지업의 위력은 과거 못지 않다는 평가다.
불펜진에서도 잠수함 투수들의 활약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치국(두산), 오현택(롯데), 서균(한화), 심창민(삼성) 등은 최다 경기 출장 순위 상위권에 올라 있다. 그만큼 이들 잠수함 투수들이 믿을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 시즌 필승조로 자리 잡은 박치국은 최다 경기 출장(47경기)에 1승5패 3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3.22로 전천후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박치국 이전, 두산의 필승조의 잠수함 투수였던 오현택은 올 시즌 팀을 옮겨 부활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이적한 뒤 40경기 2승2패 14홀드 평균자책점 2.72의 기록으로 롯데의 필승조가 됐다. 
또한 한화의 막강 불펜의 일원으로 상승세에 일조한 서균도 40경기 2승2패 14홀드 평균자책점 2.73의 기록을 남겼다. 순수 신인은 아니지만 강백호(KT)가 독야청청하고 있는 신인왕 구도에 그나마 변화가 가능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잠시 주춤했던 삼성 심창민 역시 38경기 4승 1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27로 사자 군단의 확실한 뒷문지기가 됐다.
이처럼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잠수함 투수들이 곳곳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이유에는 일단 체인지업과 투심 패스트볼 등 좌타자 약점을 상쇄할 만한 구종들의 장착을 1순위로 꼽을 수 있다. 이재학과 고영표의 주무기가 체인지업이고 올 시즌 한현희도 체인지업 구사율을 부쩍 늘렸다. 좌타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자 그 결과가 리그 기록 순위의 판도 변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낯선 궤적으로 오는 투구에 구속과 제구까지 갖춰지자 타자들의 적응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유로 들 수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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