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페이스’ 정우람은 여전히 위기와 동거 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7.11 10: 48

팀이 믿었던 마무리 투수들이 거의 대부분 무너진 2018 KBO 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이름은 역시 정우람(33·한화)이다. 믿을 수 없는 안정감을 이어가며 한화의 2위 도약에 결정적인 몫을 했다.
정우람은 10일까지 시즌 35경기에서 4승26세이브 평균자책점 1.34라는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89, 피안타율은 1할9푼에 불과하다. 최근 7경기에서도 실점이 하나도 없는 등 여전한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인 팀 지표에 비해 한화가 2위에 안착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정우람을 뽑는 전문가들도 상당수다. 이길 경기를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은 역대급이다. 이미 지난해 자신의 한 시즌 세이브(26세이브)와 동률을 이뤘고,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인 2012년 30세이브는 경신할 것이 유력된다. 현재 페이스라면 좌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인 2013년 봉중근(LG·38세이브)을 넘어설 것도 유력하다. 2013년 손승락 이후 첫 40세이브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40세이브 이상, 평균자책점 2점 이하는 오승환(3차례)과 1994년 정명원만이 달성했던 기록이기도 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것이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 정우람의 표정도 밝다. 정우람은 “사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좋은 페이스가 이렇게까지 길게 이어질지는 나도 몰랐다”고 싱긋 웃는다. 무엇보다 팀 성적이 나고 있어 기분이 좋다고 강조한다.
그 공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에 돌린다. 정우람은 “힘든 시기, 고비도 있었지만 코칭스태프에서 워낙 관리를 잘 해주셨다”면서 “불펜의 모든 투수들이 다들 자신의 몫을 잘해줬다. 그러면서 바턴이 잘 넘어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힘든 시기’, ‘고비’라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올 시즌 별다른 위기가 없어 보였던 정우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우람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정우람은 “그래 보일 수도 있지만 마무리 투수는 항상 위기 속에 사는 것 아니겠는가. 계속 이런 위기를 잘 넘겨야 한다”고 껄껄 웃으면서 현재의 페이스에 안주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팀의 뒷문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굳게 드러냈다.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정우람은 가을야구에 초점을 맞춘다. 정우람은 “개인적인 기록보다는 가을야구만 했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숱한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전장을 누빈 정우람은 가을야구를 못한 지 꽤 됐다. SK 소속이었던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한 경기 등판이 마지막이다. 2016년 한화로 이적한 뒤에는 아직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정우람이 계속 이런 수호신의 면모를 이어갈 수 있다면 그 꿈도 조금씩 다가올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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