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탈락’ 최원태, 올림픽 책임질 에이스로 성장 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7.06 06: 54

“최원태가 에이스로서의 능력을 검증받았다고 생각한다”
5일 고척 SK전이 끝난 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최원태(21·넥센)의 호투를 평가하면서 ‘에이스’라는 단어를 꺼냈다. 물론 이날 잘 던진 소속 선수에 대한 의례적인 칭찬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원태의 실적을 생각한다면 이는 단순한 호평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KBO 리그를 이끌어 갈 에이스의 질주가 시작됐을 수도 있다.
최원태는 5일 고척 SK전에서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올 시즌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국내 선수로는 가장 빠르게 두 자릿수 승수 고지를 밟았다. 투심패스트볼의 움직임은 여전히 좋았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물론 커브까지 효율적으로 먹히며 SK 장타력을 피해갔다.

넥센 역사상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낸 첫 국내 선수로도 기록됐다. 최원태는 지난해 25경기에서 11승(7패)을 거두며 처음으로 10승 고지를 밟았고, 올해는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10승을 달성했다. 지난해보다 평균자책점도 더 나아졌고(4.46→3.73), 이닝소화력도 좋아지고 있다. 넥센 마운드의 에이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리그 전체를 따져도, 그리고 KBO 리그 역대를 따져도 이 어린 나이에 이만한 성과를 낸 투수가 많지 않다. 1997년생으로 올해 만 21세인 최원태는 2010년 이후 만 20세와 21세에 모두 10승을 거둔 리그 유일한 선수다.
만 20세와 만 21세 2년만 놓고 봤을 때, 최원태처럼 2년간 21승 이상을 거둔 선수도 별로 없다. 박정현(당시 태평양)이 총 32승을 거둔 것을 비롯, 류현진(한화), 김수경(현대), 김광현(SK), 정민철(한화), 김진웅(삼성), 주형광(롯데), 박명환(두산) 정도가 최원태보다 앞에 있는 수준이다. 최원태의 올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순위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최원태를 둘러싼 아쉬움은 오는 8월 열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선발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좌완에 비해 우완 선발이 부족한 대표팀이었지만, 선동렬 감독은 고심 끝에 최원태의 이름을 마지막 순간 지웠다는 후문이다. 기존 선발 선수들의 부상이 아닌 이상 대표팀 승선은 어렵다.
하지만 선 감독의 머릿속에서 최원태가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다. 선 감독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정점에 두고 대표팀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2년의 시간이 더 남아 있지만, 현재 페이스라면 2020년 대표팀을 이끌 우완 에이스 후보 중 하나로 최원태가 거론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성장세도 뚜렷하다. 사실 제구를 잡기가 까다로운 투심패스트볼을 주로 던지면서 제구가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다. 천부적인 재질을 증명한다. 여기에 체인지업에 커브까지 완성도를 높여가면서 상대를 누를 수 있는 무기가 많아졌다. 부상 없이 2년간 완성도를 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아시안게임 탈락은 아쉽지만, 아직 최원태가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떨칠 기회는 많이 남아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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