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러시아] 독일전 통해 넘어야 할 '희망고문'과 '경우의수'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8.06.25 17: 48

한국 축구팬들은 '희망고문'과 '경우의수'에 익숙하다. 
희망고문은 부정적인 말이다. 절망적인 결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주어진 그야말로 작은 희망이 오히려 더 괴롭게 만드는 상황을 말한다. 
대표팀의 가장 최근 희망고문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당시 대표팀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러시아와 1-1로 비겼다. 출정식이었던 가나전에서 0-4로 대패했던 대표팀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대감을 줬다. 

하지만 대표팀은 1승 제물이었던 알제리전에서 2-4로 완패, 16강 진출이 어려워졌다. 벨기에전에서는 0-0으로 전반을 마쳐 다시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가 했다. 하지만 결국 0-1로 져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런 희망고문은 결국 공항에서 날아든 '엿세례'로 막을 내렸다.
경우의 수는 통계다. 한 번 시행으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발생하는 가짓수를 나열한 것이다. 아주 객관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이를 대표팀에 적용하면 역시 '경우의수'라는 부정적인 개념의 대명사가 돼버린다. 특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항상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상대적으로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이 한국의 전력보다 우세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4팀이 벌이는 조별리그가 서로 맞물리는 경우가 많았고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는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에 이변이 종종 일어나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처럼 자력진출이 무산돼 버리면 경우의수는 더욱 복잡해진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27일 오후 11시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릴 독일과의 F조 조별리그 최종전이 희망고문과 경우의수가 동시에 걸렸다. 
'대표팀이 독일에 승리하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는다면'이라는 말이 그렇다.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비록 조별리그에서 헤매고 있는 독일이지만 디펜딩 챔피언이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팀이다. 
비록 제롬 보아텡이 경고누적으로 뛸 수 없다지만 여전히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독일이다. '그렇다고 포기해야 하나', '안될 것도 없다'는 말 자체가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단순히 독일을 이기는데 그치지 않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야 한다'는 필요충분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런 경우의수는 역시 쉽지 않다. 대표팀이 만약 이 경우의수에 만족하는 성과를 낸다면 희망고문은 2010년처럼 빛나는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희망은 모든 악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했다. 희망고문과 경우의수에 익숙한 한국팬들이다. 그래도 16강에 오른다면 패인 상처는 금방 아물 것이다. /letmeout@osen.co.kr
[사진] 카잔(러시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