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파나마] ‘역대급 불명예’ 첫 출전 파나마, WC 벽 실감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6.24 22: 52

부푼 마음을 안고 첫 월드컵 무대를 밟았으나 벽만 실감했다. 월드컵 진출이라는 흥분이 사리지고, 냉정한 머리를 되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파나마의 수준 미달만 증명한 씁쓸한 대회였다. 그나마 첫 골을 역사에 새겼다는 점이 위안이었다.
파나마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G조’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5골을 얻어맞는 등 최악의 경기를 펼친 끝에 1-6으로 졌다. 벨기에에 0-3으로 패했던 파나마는 일찌감치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유럽의 전통 강호들인 벨기에,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세계의 벽을 절실히 실감했다.
북중미 예선에서 멕시코, 코스타리카와 함께 월드컵 진출권을 따내며 돌풍을 일으킨 파나마였다. 2006년 독일 대회 예선까지만 해도 4승4무10패를 기록했던 파나마는, 이번 대회 예선에서는 6승5무5패를 기록하며 미국을 제치고 감격의 티켓을 얻었다. 16경기에서 16골에 그쳤으나 15골로 선방한 수비진 덕이었다. 홈에서는 확실히 승점을 얻고, 원정에서는 수비로 버티면서 이변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역시 객관적 전력의 열세는 어쩔 수 없었다. 파나마 선수들은 대개 미국 및 북중미와 남미에서 뛰고 있다. 소위 말하는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없다. 자연히 유럽 팀을 상대로 한 경험도 부족한데, 하필이면 시작부터 벨기에와 잉글랜드를 만난 것도 불운이었다.
벨기에와의 첫 경기에서는 전반 중반까지 잘 싸웠다. 저돌적으로 도전하며 벨기에를 당황하게 했다. 그러나 후반 2분 마르텐스에게 골을 허용한 후 와르륵 무너졌다. 벨기에와 개인기량은 확실히 차이가 났고, 탄탄한 조직력은 로멜로 루카쿠와 같은 괴물을 만날 때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실감했다.
잉글랜드전에서도 초반부터 수비진이 완전히 무너진 끝에 전반에만 5골을 먹었다. 승점이 필요했던 파나마는 다소 라인을 올렸으나 오히려 잉글랜드의 빠른 공격에 허를 찔리며 무너졌다. 집단 멘붕에 빠진 파나마는 거칠거나 불필요한 파울을 쏟아내며 매너에서도 패했다. 
월드컵 역사상 전반에만 5골을 허용한 팀은 파나마가 역대 5번째다. 1954년 스위스(vs 오스트리아, 5골), 1974년 아이티(vs 폴란드, 5골), 1974년 자이레(vs 유고슬라비아, 6골), 2014년 브라질(vs 독일, 5골)이 그 팀들이다. 썩 좋은 기록은 아니었다.
하지만 후반 23분 발로이가 프리킥 상황에서 골을 터뜨리며 조국의 월드컵 역사상 첫 골이라는 기념비를 쓰기는 했다.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었고, 자존심도 살릴 수 있었다. 파나마는 오는 29일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월드컵 첫 승점에 도전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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