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러시아] 패배보다 더 아팠던...손흥민과 황희찬의 포옹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8.06.24 07: 24

손흥민(26, 토트넘)은 황희찬(22, 잘츠부르크)을 경기 후 한동안 가만히 안아줬다. 황희찬은 얼굴을 두손으로 가린 채 눈물을 끊임없이 흘리고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전반 26분만에 페널티킥을 허용한 한국은 후반 21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 추가골을 내주고 말았다. 손흥민이 추가시간 득점포를 가동했지만 승패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16강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아직 한경기가 남았지만 희박한 상태다. 독일과의 3차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패하고 스웨덴에 추가시간에 골을 성공시켜 겨우 승리한 독일이지만 버거운 상대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멕시코전이었다. 스웨덴과의 1차전을 내주는 바람에 멕시코를 반드시 꺾어야 했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첫 골을 내주기까지는 멕시코와 대등하게 싸웠다. 여러 찬스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손흥민은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는 황희찬을 가만히 안아줬다. 4년전 자신이 생각났으리라.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먼저 여정을 마감하는 기분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황희찬의 눈물이 공감이 갔을 것이다. 결국 손흥민도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둘은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출 기회가 많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날도 여러 차례 서로에게 공을 주고 받으며 신뢰를 쌓았다. 하지만 둘보다 중요한 것이 팀의 결과였다.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자신의 대한 실망감도 컸다. 끝내 팀은 자력진출이 힘들어진 상황이다.
손흥민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최선을 다했다. 미안하다. 우리가 강팀이 아니라 초반에 일찍 해결하고 잘해줬어야 한다"면서 "월드컵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정말 잘해줘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밝혔다. 
황희찬 등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손흥민은 "내가 위로를 해줄 위치였다"면서 "아쉬울거다. 어린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내가 어릴때 그리 잘했나 생각을 했다. (기)성용이형의 진 짐을 나눠서 해야되는데 못해줘 미안하다"고 아쉬워했다.
상대 골키퍼 오초아의 실수 때문에 황희찬은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맞기도 했다. 이에 황희찬은 "상대 미드필더가 실수했다. 그 부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딱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골키퍼를 제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흥민이 형한테 내주면 완벽한 찬스라고 생각했다. 골키퍼가 나를 따라왔기 때문에, 골대가 완전 비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 그는 "마무리가 되지 못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가족들, 코칭스태프, 뒤에서 경기 안뛴 형들, 뛰었던 형들, 정말 몸 날리면서 첫경기 두 번째 경기 지원했던 스태프. 오늘 경기는 꼭 결과로 보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화가 많이 난다. 정말 죄송하다"고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letmeout@osen.co.kr
[사진]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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