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러시아] 월드컵 경기장에서 한국 경찰을 보면 생기는 일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8.06.23 13: 57

"코스프레 아닙니다."
한국과 멕시코 경기가 열리기 바로 전날인 22일(한국시간). 혈투를 앞둔 전날 경기 장소인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 한국 경찰 두 명이 멕시코 경찰들과 함께 나타났다. 신기철 경감(50, 서울남대문경찰서 보안과 외사계장)과 정훈진 수사관(43,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외국인강력범죄수사팀)이 그 주인공들이다. 
정 수사관은 "경찰복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나면 일부 한국 관중분들은 경찰 코스프레를 하는 줄 알고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그럴 때면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경찰청에서 왔다고 소개한다. 그러면 깜짝 놀라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웃었다.

한국 경찰은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장에서도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실제 경찰청은 지난 4월 월드컵 기간 동안 경찰관 4명을 러시아에 파견하기로 했다. 당시 이철성 경찰청은 러시아 내무장관과 치안총수회담을 갖고 대회 기간 동안 한국 교민 및 여행객을 보호하고, 테러정보 공유 등 국제범죄에 공동 대응한다는 '국제경찰협력센터(IPCC) 의정서'에 서명한 바 있다.
신 경감과 정 수사관은 바로 한국에서 파견된 현장조 경찰이다. 이 둘은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니즈니 노브고로드 경기장을 거쳐 이번 멕시코와의 2차전까지 투입됐다. 카잔에서 열릴 독일과의 3차전에도 간다. 나머지 두 경찰은 IPCC 센터 본부가 있는 모스크바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신 경감은 "IPCC는 월드컵과 같은 대형 국제스포츠 행사가 있으면 주최국에서 해당 국가에 경찰을 초청한다. 관중 규모에 맞춰 숫자가 다르다"면서 "경기장, 팬존, 그 외 국민들이 자주 갈 수 있는 다중 인접시설, 관광지를 돌아다니면서 현지 경찰과 함께 합동순찰을 돈다"고 임무를 설명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우리 국민들의 애로사항도 청취하고 부득이 하게 사건사고를 당하거나 분실물이 발생한 경우 등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현지 경찰과 협조, 해소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신 경감은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경우 전반적으로 첫 경기이다 보니 관중들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들떠 있었다"면서 "여기서 만나는 교민들이나 한국 응원단들은 한국 제복을 보면 먼저 반갑다고 인사하거나 고생한다며 격려도 해주신다. 또 안심이 된다는 말도 해주신다. 한국에서 느끼지 못한 교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우리도 고맙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힘들지만 월드컵 경기를 보는 재미가 있겠다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훌리건 등 경기장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력사태나 사고에 노심초사다. 
정 수사관은 "우리는 경기를 관전하러 온 것이 아니다. 우리 교민들, 한국인 관람객 등 국민 보호차원에서 나왔다"면서 "경기가 열리면 관람객들은 대부분 경기장으로 들어간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제복을 입고 들어갈 수가 없어 축구협회의 도움을 받아 경기장안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파견되는 경찰들의 조건은 무엇일까. 신 경감과 정 수사관은 모두 러시아어 전공자다. 신 경감은 한국외대를 나왔다. 학창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년간 유학한 경험이 있다. 소치동계올림픽 때도 임시영사사무소에 파견된 적이 있다. 정 수사관은 부산외대 출신이다. 2001년 모스크바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다. 평창올림픽 때 외국인범죄신속대응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런 파견직 근무는 개인적으로 지원해야 가능하다. 경찰청이 지원서를 보고 어학능력이나 경력 등을 고려해 선발한다. IPCC에 파견된 전 세계 경찰 중 한국 경찰 세 명만 러시아어 전공자다. 그래서인지 현지 경찰과의 협조도 원활하다. 러시아인들도 신기해 하면서 반기고 있다. 같이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쇄도한다.
정 수사관은 "니즈니에서 20대 중반의 지체장애자 관람객을 도와드린 적이 있다. 한국에서 붉은악마 50명이 기차를 타고 온다길래 마중을 나간 길이었다. 그런데 택시를 불렀는데 오지 않아 2시간 동안 서 있었다더라. 마침 현장에 제공된 밴차량이 있어 숙소까지 모셔다 드렸다. 다음날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고맙다고 하시더라. 뿌듯했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그 분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몸도 불편할텐데 혼자 3경기를 모두 본다고 하시더라.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런 분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이런 일을 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 경감은 "경찰의 주업무 중 하나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다. 해외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관광도 하고 월드컵도 보고 러시아 문화도 체험하고 안전하게 돌아가시길 바란다"면서 "혹시라도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현장에서는 우리나 임시영사사무소에 연락하면 된다. 같이 협력해서 최대한 신속하게,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하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로스토프나도누의 임시영사사무소는 이곳 한국문화원(원장 정창윤)에 마련됐다. 멕시코전에 앞서 외교부에서는 이상진 재외동포영사실장을 파견했다. 이 영사실장은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건사고를 예방하고 만약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도와드리기 위해 현장 임시사무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영사실장은 "여권, 이민증을 분실했다거나 각종 사건사고와 연계 되는 부분이 있다면 임시영사사무소와 연락해서 도움을 받기 바란다"면서 "국제경찰협력관들이 나와 있는 만큼 그분들을 통해서도 신속하게 영사조력을 제공할 수 있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긴급전화번호를 알 수 있다. 니즈니, 로스토프나도누에 이어 카잔에도 임시영사사무소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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