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뭇매’ 오지환 박해민, 자신과의 싸움 시작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6.13 06: 01

누군가는 승선하고, 누군가는 탈락해야 하는 대표팀 명단은 언제나 논란이다. 특히 민감한 주제인 ‘병역’ 이슈가 포함되면 불이 붙는다. 병역 의무가 있는 나라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병역 특혜가 걸린 대회마다 항상 그랬다.
이번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나 오지환(28·LG)과 박해민(28·삼성)이 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미 대표팀 선발 과정부터 두 선수의 승선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심했다. 그리고 막상 두 선수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자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일부 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까지 진출했고 오죽했으면 ‘노골드’를 바라는 여론도 대세 등극 일보직전이다.
어찌됐건 두 선수는 대표팀에 들어갈 만한 자격을 일정 부분 증명했다. 김하성(넥센)을 제외하면, 공·수·주 종합적인 측면에서 오지환보다 확고한 우위를 점한 유격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단기전 구상에서 대주자 및 대수비 요원은 반드시 필요하고, 박해민이 그에 가장 걸맞은 선수라는 데 이견을 달기도 어렵다. 내야 백업의 활용성이나 대표팀 선발 원칙이 무너졌다는 지적도 있으나 이 비판은 두 선수보다 그들을 뽑은 코칭스태프를 향해야 한다.

그럼에도 다른 미필 선수들에 비해 더 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두 선수의 과거와 관계가 있다. 두 선수는 이미 팀 1군의 핵심 선수들이었다. 아무나 가지 못하는 국군체육부대(상무)나 경찰야구단을 통해 병역을 수행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일반병으로 입대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도 그 기회를 지나쳤다. 사실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병역 특례를 받겠다는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팬들이 더 많이 분노하는 것도 이와 맥락이 닿아 있다.
아마도 대회가 시작되기 전, 혹은 대회가 끝나고도 두 선수를 향한 팬들의 냉기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비슷한 사례에 처했던 몇몇 선수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소환되기도 한다. 이 논란을 그나마 지우는 방법은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활약을 해 자신이 충분히 가치 있는 선수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빗발치는 비난 여론 속에서도 묵묵히 전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수도 사람인지라 여론에 귀를 닫거나, 혹은 여론을 그냥 무시하기는 어렵다. 결국 대회까지 최고조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하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금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대표선수의 자격이 없음을 적나라하게 인정하는 꼴이 된다. 선수 하나하나가 중요한 아시안게임에 무임승차 형식이 되며 다른 선수들의 기회를 뺏는 모양새로 이어질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대회가 끝난 뒤 두 선수가 맞이할 결말이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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