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각오" 윤규진, 서산서 찾은 구속-절실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6.11 11: 21

"극단적이지만 마지막이란 생각이었다". 
한화 우완 투수 윤규진(34)에게 서산은 부상으로 인한 재활이 아니면 굳이 갈 일이 없는 곳이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 2014년부터 대부분 생활을 1군에서 보냈다. 2014~2017년 4년간 2군 퓨처스리그에는 5경기만 등판했다. 가볍게 몸을 풀며 컨디션을 점검하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 4월23일 2군으로 내려간 뒤 무려 48일 동안 퓨처스리그에 머물렀다. 세대교체와 리빌딩에 중점을 둔 한화는 20대 영건 김재영과 김민우 그리고 신인 김진욱까지 임시 선발로 쓰며 젊은 투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다. 윤규진의 2군 생활은 하염없이 길어졌다. 

하필 FA 시즌에 1군 자리를 잃은 윤규진의 마음고생은 말 못할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는 "굳이 말을 안 해도 알 것이다"고 인정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갔다. 퓨처스 최계훈 감독, 정민태 투수코치의 도움으로 본래 공을 찾는 데 힘썼다. 
윤규진은 "2군에서도 쉬지 않고 선발 로테이션을 계속해서 돌았다. 나도 고민이 많았지만 감독·코치님들께서 많이 신경써주셨다.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네 공을 찾는데 주력하라'고 하셨다. (시즌 초반) 구속이 안 나와 걱정이었는데 (1군 복귀전) 구속이 올라와 좋았다"고 말했다. 
2군에서 기본부터 다시 했다. 윤규진은 "구속 저하 이유가 밸런스 때문인 것 같은데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더라. 서산에 가서 멀리 던지기 훈련을 많이 했다. 정민태 코치님께서 많이 시켰는데 팔 스윙이 느리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효과인지 1군 복귀전에서 최고 구속이 146km까지 나왔다. 2군에서도 최고 구속 145km로 꽤 회복된 상태였다. 
배영수가 휴식 차원에서 엔트리 말소돼 모처럼 찾아온 1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0일 대전 SK전에서 7이닝 4피안타(1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호투. 아쉽게 승리는 날아갔지만 윤규진은 "7이닝을 볼넷 없이 던진 것에 만족한다. 빈말이 아니라 내 승리는 진짜 상관없다. 팀이 이기면 괜찮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재무장했다. 그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던졌다. 정말 어쩌면 선발로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팀이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투수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예전처럼 무한정 기회가 주어지는 한화 마운드는 이제 과거다. 잠시라도 흔들리면 자리를 잃을 수 있다. 
냉정한 현실을 인식한 윤규진은 서산에서 기본으로 돌아가 절실함을 키웠다. 복귀전 호투로 당분간 1군에서 기회가 더 주어질 듯하다. 마지막이란 윤규진의 각오가 한화 마운드에 큰 힘이 될 듯하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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