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현장] "잊지 않아"…'허스토리' 김희애X김해숙, 아픈 역사를 마주하는 법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06.07 20: 40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역사상 단 한 번, 일본 재판부를 뒤흔들었던 감동 실화 관부재판 이야기가 스크린에 찾아온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 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7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준한, 민규동 감독이 참석했다. 

사상 최초로 관부 재판이라는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허스토리'는 6년에 걸쳐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재판을 이끈 사람들의 용기와 끈기를 진득하게 그려낸다. 피해자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기 어려웠던 시대, 시련과 역경에 굴하지 않고 목소리를 낸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는 관객들의 가슴에 묵직한 감동을 전달한다. 
'허스토리'는 '내 아내의 모든 것',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의 오랜 숙제 같은 영화다. 역사에 대한 부채감으로 시작한 '허스토리' 프로젝트는 김희애, 김해숙 등 충무로 최고의 배우들과 만나 강한 울림이 됐다. 전작들에서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관점을 견지한 민규동 감독은 '허스토리'에서도 차가운 시대를 뜨겁게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한다.
민규동 감독은 '허스토리'에 대해 "90년대 초반에 김학순 할머니의 고백을 보고 가슴에 돌멩이 하나 얹고 살아왔다. 10년 전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쓰려고 준비를 해왔는데 여러 부정적 질문들 속에서 좌절했었다. 그러다 도저히 혼자 잘 먹고 잘 산 게 너무 부끄러워서 부채감으로 시작했다.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증언들을 연구하고 기록들을 보던 와중에 관부재판을 알게 됐다. 이 작은 승리의 기록이 왜 우리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을까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작은 승리 안에 큰 서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영화로 과감히 시작했다"며 "'왜 하필 이 영화인가?'라는 질문을 늘 받는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게 부끄러웠다. 늘 빚진 마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우리 영화에서도 그런 대사가 있다.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느냐?'라는 대사가 있는데 세상이 바뀌지 않더라도 우리가 아는 것만으로 세상은 이미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김희애와 김해숙은 관부 재판을 이끈 원고단 단장 문정숙, 그리고 한 많은 세월을 견디고 마침내 일본에 당당히 맞서는 할머니 배정길 역을 맡았다. 김희애와 김해숙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 열연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녀들의 역사 '허스토리'를 전한다. 
김희애는 "처음에는 일본어만 걱정했는데, 부산 사투리가 오히려 압박으로 돌아왔다. 어미 처리만 신경 쓰면 될 줄 알았는데, 한 문장에도 억양이 다 있더라. 전 괜찮은데 부산 분들은 절대 아니라고 해서 자면서도 들었다"며 "어쩌면 보통의 스토리였다면 '이만하면 됐다'고 포기했을텐데, 할머니들 생각하면 가짜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해숙은 "그 분들의 아픔을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겁도 없이 덤벼들었던 작품이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도저히 알 수 없었던 그 아픔에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이었다"라며 "제 나름대로 배우로서 연기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 자신을 비우고, 내려놓고 하얀 백지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던, 저로서는 힘든 작품이었다"며 "저뿐만 아니라 동료 배우들이 열정적으로 뜨겁게 연기해주셨고, 감독님이 제 마음을 알고 보듬어주셔서 하루하루 잘 버텼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희애, 김해숙 뿐만 아니라 원고단으로 출연한 예수정, 문숙, 이용녀, 그리고 관부재판을 도운 재일교포 변호사 이상일 역의 김준한도 '허스토리'를 완성하는 한 축이다. 문숙은 "차마 밝히지 못할 어려운 일을 당하고도 앞으로 나왔다는 것에 할머니들께 찬사를 보내고 싶다. 사람들의 욕을 먹어가면서 앞으로 나온다는 건 정말 가슴 떨리는 일이다"라며 "할머니들이 대한민국 여성을 대표해서 큰 소리로 외쳐주셨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잊지 않겠다. 계속 해서 소리를 내고 계속해서 열심히 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허스토리'는 우리가 마땅히 기억해야 할 이야기이며, 현재 진행형인 역사다. 여전히 속죄 없는 일본에 아주 작지만 통쾌한 한방을 날린 '허스토리'의 이야기가 관객들마저 사로잡을 수 있을까. /mari@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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