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팀 정신과 믿음, 거포 한동민을 다시 일으키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5.24 06: 05

“우와 기가 막히네” “좀 살살 쳐라”
지난 주말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묵묵하게 연습 타격에 임하고 있던 한동민(29·SK)의 등 뒤로 동료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한동민이 좋은 타구를 날릴 때마다 선수들의 박수와 응원이 이어졌다. 설사 그렇게 좋지 못한 타구라고 해도, 박수는 계속됐다. 마치 “넌 지금 엄청나게 좋은 타격을 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세뇌라도 시키는 듯 했다.
한동민은 시즌 초반 부진의 늪에 빠졌다. 시즌 초반부터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듯 불운의 조짐이 보이더니, 결국 그 불운이 이 거포를 집어삼켰다. 뚝뚝 떨어지는 타율에 조바심이 난 듯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다. 마치 공을 쪼깰 듯한 기세로 달려드는 한동민 특유의 호쾌한 스윙이 나오지 않았다. 어정쩡한 스윙은 1루수와 2루수의 품에 쉽게 안겼다. 4월 25일 2할8푼6리로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타율은 5월 22일 2할1푼8리까지 떨어졌다.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 한동민은 매번 자책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빨리 기분전환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격려와 응원이 이어졌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한동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보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려 애썼다. 정경배 타격코치도 “자기 것을 가지고 있는 선수니 타이밍만 맞으면 금방 올라올 것”이라면서 심지어 한동민에게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강제로 웃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랬던 한동민이 대폭발했다. 22일 인천 넥센전에서 안타 하나를 쳤고, 23일 경기에서는 한 경기에서 홈런 네 방을 치며 대폭발했다. KBO 리그 역사에서도 몇 없는 진기록이었다. 개인 한 경기 최다인 6타점을 기록하며 그간의 설움을 깨끗하게 날려버렸다. 한동민은 경기 후 “솔직히 말해 요즘은 정타 자체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라면서 “코치님들, 선배님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다”며 노수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당시 한창 잘 맞고 있었던 노수광은 한동민의 연구 대상이었다. 한동민은 “평소 진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사이인데, 둘이서 연습을 하는데 수광이가 조언을 하더라”고 떠올렸다. 노수광은 한동민에게 “어차피 안 맞는 것, 한 번 바꿔보자. 왼 다리의 움직임이 심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노수광의 조언을 따른 한동민은 “언젠가부터 거짓말처럼 공이 조금씩 앞에서 맞아 나가더라”고 신기해했다.
감독과 코치의 격려, 선·후배들의 조언과 박수를 등에 업은 한동민은 23일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그런 한동민을 보는 선수단도 재밌는 이벤트로 부활을 축하했다. 세 번째 홈런을 치고 나서는 선수들이 한동민을 외면했고, 네 번째 홈런을 치자 아예 덕아웃을 나가버렸다. 한동민은 “아예 문까지 닫아놔 버렸더라. 당황했다”고 웃으면서 “내가 그만큼 힘들었다는 것을 선·후배들이 알기 때문에,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장난을 쳤던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동민이가 덕아웃에 앉아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선수들이 이를 많이 안타까워했었다. 오늘 4개의 홈런을 쳤고, 색다른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연패 기간 동안 선수들이 ‘모두의 책임’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한동민의 홈런이 선수단에 여유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힐만 감독부터 한동민을 껴안았다. 
한동민도 동료들의 마음을 잘 안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 밝힌 한동민은 “내일은 어찌될지 모르지만, 오늘을 계기로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패 속에서도 SK의 강해진 팀 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나로 뭉친 팀은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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