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1군 데뷔’ 이원준은 오히려 얻은 게 많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5.23 13: 23

설레는 1군 데뷔였지만,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결과가 더 많았다. SK 마운드의 차세대 핵심으로 평가받는 이원준(20)의 이야기다. 1군 생활은 일단 2경기에서 잠시 쉼표를 찍었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SK의 1차 지명을 받은 이원준은 올해 1군 데뷔전을 가졌다. 전지훈련 당시부터 트레이 힐만 감독 및 코칭스태프에 강한 인상을 남긴 이원준은 예상보다 일찍 1군에 올라 테스트를 거쳤다. 그러나 경기 상황이 주는 중압감 탓인지 자신의 기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
사실 신인이 감당하기에는 압박감이 큰 상황이었다. 5일 롯데전에서는 팀이 앞서고 있다 경기가 뒤집힌 직후 나섰다. 이미 올라올 대로 올라온 롯데 타선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11일 LG전에서도 1점차로 앞선 5회 등판했으나 1이닝 3실점으로 역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제구가 크게 흔들려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했다.

‘좀 더 편안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원준은 경험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이원준은 “11일 경기는 동점 상황에서 내가 나갈 것이라 생각을 못했다. 불펜은 처음이라 그런 점까지 모두 파악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미리미리 상황을 파악하고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고 말했다.
긴장감도 있었다. 자기 기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다. 이원준은 “잘하려고 하다 보니, 긴장이 됐다. 많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포크볼을 결정구로 연습 중이었는데 유리한 카운트에서 직구를 던지다 안타를 맞았다. 포크볼을 사용하는 것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런 것을 못해서 아쉽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오히려 1군에서의 경험은 큰 자산이 될 듯 하다. 풀이 죽은 모습은 없다. 1군 코칭스태프가 바라는 모습이다. 이원준은 “오히려 처음에 맞은 게 많이 도움이 됐다. 잘 던졌으면 느낀 점이 없었을 것이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구종에 상관없이 잡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맞아서 부족한 점을 느꼈고 보완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 또한 2군에 내려가는 이원준에게 “다음에 올라오면 마운드에서 좀 더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이원준 또한 그 주문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이원준은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들어가야 하는데, 불리한 카운트에서 싸웠다. 그게 가장 아쉬웠다.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할 것 같다”고 보완점을 뽑았다.
그런 이원준은 1군 말소 후 2군 첫 등판이었던 20일 LG 2군전에서 5이닝 8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20타자 중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경우가 14번에 이르는 등 뛰어난 피칭을 보여줬다. 경기 결과를 떠나 1군에서 느꼈던 부족한 점을 조금씩 보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군보다는 확실히 1군 분위기가 좋았다. 들뜬 기분이 있었다”고 1군을 떠올리는 이원준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다시 찾아올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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