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후보가 민망한 서균, 그 자격 충분히 된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5.20 06: 20

"에이, 제가 무슨 신인왕 후보인가요". 
한화 불펜 필승조로 자리매김한 사이드암 투수 서균(26)은 지난 2014년 2차 8라운드 전체 84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올해로 5년차 선수이지만 1군 기록은 지난해 14경기 14⅓이닝이 전부. 지난 2013년 이후 입단한 선수 중 투수는 30이닝 이내 기준으로 신인왕 후보 자격 조건이 된다. 
그런 서균에게 신인왕 후보 자격을 이야기하자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후보가 되는 줄도 몰랐다. 내가 무슨 후보인가"라며 민망해하면서 "나보다는 우리 팀 (박)주홍이가 후보다. 다른 좋은 신인들도 많은데 내가 들어가기에는 좀 그렇다"고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적만 본다면 서균은 충분히 '신인왕 후보감'이다. 

올 시즌 24경기에 등판한 서균은 홀드 7개, 세이브 1개에 평균자책점 제로를 기록 중이다. 19일 잠실 LG전에선 2-1로 앞선 9회말 1사 1·3루 위기에서 구원등판, 유강남을 3루 병살타로 솎아내며 데뷔 첫 세이브도 올렸다. 15⅓이닝 동안 안타 9개, 볼넷 4개를 허용했을 뿐 삼진 10개를 잡고 1실점만 내줬다. 그 실점도 실책으로 인한 비자책점. 올 시즌 5이닝 이상 던진 투수 154명 중 무자책점은 서균과 김상수(넥센·19이닝) 둘뿐이다. 
시즌 초반 순수 신인들이 돌풍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주춤하고 있다. KT 강백호는 43경기 타율 2할5푼 36안타 5홈런 21타점 OPS .748을 기록 중이지만 4월 이후 36경기에서 홈런 1개뿐이다. 삼성 양창섭도 선발로 1승1패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으나 쇄골 통증으로 한 달 넘게 1군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롯데 한동희도 주전 3루수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2군이다. 두산 구원 곽빈은 24경기 1승1패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하고 있다. 
중고 신인으로는 롯데 2년차 윤성빈이 있다. 선발 7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5.29로 선전하고 있지만 눈에 확 띄는 성적은 아니다. 서균과 같은 한화 소속의 2년차 구원 박상원이 20경기 1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1.80으로 성적이 좋다. NC 3년차 좌완 최성영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6경기 2승 평균자책점 2.08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서균이 신인 후보 자격이 되는 선수 중 WAR이 0.79로 가장 높다. 신인 중 공헌도 1위다. 
올 시즌 서균은 투구폼 변화, 구종 장착으로 변신했다. 그는 "작년에는 키킹시 멈춤 동작이 있었는데 힘이 분산됐다. 올해는 멈춤 동작 없이 바로 나가는 동작으로 바꾸니 공에도 무브먼트가 더 생겼다"며 "그동안 몸쪽 승부를 못했다. 그래서 투심이 필요했다. 포심을 몸쪽으로 던지면 (손에서 빠져) 몸에 맞는 볼이 나올 때가 많았는데 투심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여기에 낮게 떨어지는 서클체인지업도 장착하며 재미를 보고 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제로맨이다. 지금 자신감이 넘친다. 공격적으로 빨리 승부를 본다. 구종도 결정구가 부족했는데 서클체인지업까지 던지며 다양해졌다. 컨디션이 좋은 날 직구가 역으로 살아 온다"고 서균을 칭찬했다. 송진우 투수코치도 "어느 팀이든 조연이 잘돼야 성공한다. 내 개인적인 MVP는 서균이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된 선수"라며 "투심, 서클체인지업으로 그동안 못 던지던 몸쪽을 잘 쓰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서균은 "점점 자신감이 생긴다. 무자책점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 언젠가 깨질 것이다"며 "앞으로 홀드를 하나씩 계속 늘려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페이스라면 12년만의 한화 신인왕으로 목표를 높여도 좋을 것 같다. 이글스 역사상 신인왕은 3명이 있었다. 1987년 외야수 이정훈, 2001년 내야수 김태균, 2006년 투수 류현진. 모두 순수 신인이었다. 서균은 이글스 최초 중고 신인왕에 도전한다. /waw@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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