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떠나는 이기형이 인천에 건네는 작별 인사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8.05.11 16: 21

 이기형(43) 감독이 11일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내려놓은 직후 심경을 밝혔다.
이기형 감독은 지난 2016년 막판 인천 감독 대행으로 6승 3무 1패의 성적을 거두며 극적으로 K리그1 잔류를 이끌었다. 이후 2016년 11월 30일 인천의 제 7대 사령탑으로 공식 부임해 팀을 지휘했다.
올 시즌엔 내용은 잡았지만 결과를 얻지 못했다. 공격적인 축구는 호평을 받았지만 매 경기 종료 직전 실점하는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인천은 최근 리그 10경기 연속 무승(4무 6패) 늪에 빠지며 최하위권(11위)을 맴돌았다.

사퇴 직후 이기형 감독과 연락이 닿았다. 이 감독은 OSEN과 전화통화서 "팀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기회가 더 주어졌으면 좋았겠지만 구단과 많은 대화를 나눈 끝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이 감독은 "올해 외국인 선수 영입 등 선수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천이 매 시즌 초반 겪는 어려움을 탈피하기 위해 공격적인 운영을 보여줬는데 결과가 나왔다"며 "반면 수비적으로 많은 문제가 되면서 좋은 경기를 하고도 승리를 못해 침체됐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 몰리면서 나도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승리나 무승부에 가까웠던 경기를 수비진의 집중력 부족으로 놓쳤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선수들을 탓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수비수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지면 수비수들이 버티기가 쉽지 않다. 공격적으로 하려면 압박도 해야 하고 후반 체력적으로 힘들어져서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은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가슴뭉클한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 내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누가 오더라도, 코치들이 운영을 해도, 여기 있는 이들은 다 능력이 있다. 우리가 밀리거나 잘못해서 일방적으로 진 경기는 없다. 내가 있든 없든 모두가 합심해서 어려움을 이겨냈으면 좋겠다."
인천 팬들을 향해서도 애정 어린 작별 인사를 건넸다. "내가 감독을 처음 했을 때부터 팬들이 많은 힘을 실어주셨다. 지난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응원과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팬들이 믿어주신 덕분에 어려움을 딛고 잔류할 수 있었다"는 그는 "올해는 팬들의 믿음을 많이 떨어트린 것 같아 죄송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나에 대해 반성을 하면서도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 기량이나 하고자 하는 것들은 잘 돼 있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아 조금씩 문제가 생겼다. 이 위기를 충분히 잘 헤쳐나가고 극복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마지막까지 인천의 앞날을 기원했다. 그러면서 "여러 경기도 보러 다니면서 나를 돌아보고 다음을 기약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은 당분간 박성철 코치를 중심으로 임중용, 권찬수, 자스민 코치 4명이 함께 팀을 이끌 예정이다. 인천 관계자는 "이기형 감독의 후임을 분주히 찾고 있다. 이 달 안으로 새 사령탑 선임을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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