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전 의협장 "한예슬 사고 인정, 피해자 신분 관련無..의사 인성+제도"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8.04.25 15: 15

배우 한예슬의 의료사고는 'VIP 신드롬' 때문이라고 주장해 화제를 모은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하트웰의원 원장)이 재차 이번 사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노 원장은 일부 언론과 시민들이 이번 사고와 관련, '피해자가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병원 측이 책임을 인정하게 된 것 아니냐'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이슈화에는 유명인이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피해자가 유명인이거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일 때 병원 측이 사고의 책임을 더 쉽게 인정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었는데 후에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전했다.
노 원장은 명백한 의료사고(의료과오)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대학병원이 '나 몰라라' 했던 사건을 떠올리며 "그런데 당시 의료진이 책임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이유가 과연 피해자가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수 신해철, 배우 박주아, 노태우 전 대통령 사건을 예로 들며 "의사의 책임 인정 여부는 피해자의 신분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의사의 책임 인정 여부는 의사 개인의 인성과 제도적 뒷받침에 있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또 "의사의 실수가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의사가 실수를 감출 이유가 없다. 건강보험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의료사고배상공단을 만들어야 의사도 안심하고 '적극적 치료'를 할 수 있고 환자들도 보호받을 수 있다. 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발생할 수많은 의료사고의 피해자들이 신음하게 될 것이고, 의사들도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하고 소극적 치료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 피해 역시 환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노 원장은 한예슬의 이번 지방종 제거 의료 사고에 대해 "결국 환자에게 더 잘 해주려다 더 나쁜 결과가 발생한 전형적인 'VIP 신드롬'이라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던 바다.
- 다음은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하트웰의원 원장)의 글 전문
평소 조용하던 블로그에 갑자기 하루만에 11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왔다. 한예슬씨 의료사고와 관련한 포스팅이 회자가 되었기 때문이란다.
다행히 글을 읽은 시민들은 '의사도 선의(善意) 갖고 환자를 배려하다가 발생한 사건'이라는 글의 요지를 이해해주신 것 같다. 방문객들의 댓글들이 대체로 포스팅의 내용에 공감한다는 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과 시민들은 여전히 "피해자가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병원측이 책임을 인정하게 된 것 아니냐"라고 주장한다.
방송 인터뷰에서 기자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이슈화를 하는데는 유명인이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피해자가 유명인이거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일 때 병원측이 사고의 책임을 더 쉽게 인정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인터뷰 후 사실 기자의 주장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명백한 의료사고(의료과오)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대학병원이 "나 몰라라"하고 "억울하면 소송해"라고 한 사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개 대학병원에 '전문가의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의 요청을 받은 대학병원은 거부했다. 법원은 또 다른 대학병원 2곳에 의견서를 요청했다. 그곳에서도 거부했다. 법원은 또 다시 다른 대학병원 2곳에 요청했다. 마지막 대학병원 2곳도 거절했다. 어느 지방대학병원에서 벌어진 의료사고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서를 제출해달라는 법원의 요청을 총 6개의 대학병원이 거절한 것이다.
이것은 기사화 되었고, 기사를 읽은 당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는 (필자다) 사고가 일어난 대학병원앞에서 '의료사고, 진실을 고백하라'는 내용으로 1인 시위를 수차례 벌였었다. 수년 후 이 사건은 방송에도 보도되었고, 결국 병원은 진실을 고백하고 책임을 인정했다.
이 사건만을 보면, 얼마나 의사들이 '전문성'을 방패 삼아 자신과 타인의 책임을 감추고 숨기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당시 의료진들이 책임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이유가 과연 피해자가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다.
한예슬씨 못지 않게 유명한 가수 신해철씨도 의료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그리고 담당의사는 책임을 부인했다. 탤런트 박주아도 의료사고를 사망했다. 이번에도 담당의사과 병원측은 책임을 부인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인공호흡기를 치료를 받을 때 기관내튜브에서 장침이 발견되었지만, 끝내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의사의 책임 인정 여부는 피해자의 신분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의사의 책임 인정 여부는 의사 개인의 인성과 제도적 뒷받침에 있다.
참고로 뉴질랜드는 의사들이 의료사고(의료과오)에 대한 책임을 발뺌하는 일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모든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을 정부가 해주기 때문이다.
의사의 실수가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의사가 실수를 감출 이유가 없다. 건강보험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의료사고배상공단을 만들어야 의사도 안심하고 '적극적 치료'를 할 수 있고 환자들도 보호받을 수 있다. 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발생할 수많은 의료사고의 피해자들이 신음하게 될 것이고, 의사들도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하고 소극적 치료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 피해 역시 환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nyc@osen.co.kr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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