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현장] 유아인X스티븐연X전종서가 말한 이창동과 '버닝', 그리고 칸行(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4.24 16: 59

“제 주제에 뭘 골라요. 이창동 감독님이 부르시면 가야죠. 하하.”
유아인은 24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버닝’의 제작발표회에서 출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스티븐 연 역시 “이창동 감독님이 부르시면 저 역시 가야한다”고 유아인의 말에 자신의 출연 계기를 덧붙였다.
스티븐 연은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님에게 ‘이창동 감독님이 부르신다. 빨리 전화를 해보라’는 말씀을 전해 듣고 곧바로 연락을 취했다”며 과거부터 이 감독의 작품들을 인상 깊게 봤고, 배우로서 꼭 한 번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는 마음을 밝혔다고 한다.

두 사람은 “시나리오를 보기 전부터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보고 나서 한층 더 간절해졌다”며 “권위적이지 않은 감독님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내가 잘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캐릭터 이해 과정 및 촬영 과정을 전했다.
이날 주인공 해미 역으로 발탁된 신인 전종서도 만날 수 있었다. 기존 여배우들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신비로운 매력과 산뜻함, 그리고 대학 신입생 같은 풋풋한 면모도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그녀가 만들어나갈 필모그래피가 궁금했다.
전종서는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으로 칸영화제에 가게 돼 영광이다”라며 “평소에도 가보고 싶던 도시였는데 영화를 통해 가게 됐다. 이 감독님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선배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창동 감독은 자신의 신작 ‘버닝’에 신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날 이 감독은 “여러 배우들을 미팅했는데 전종서 배우를 만난 순간 해미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종서만이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며 “저 아니라도 누구든, 전종서를 만나면 그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미처럼 미스터리한 매력이 있다”고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이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았다. 언뜻 스릴러 같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일본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반딧불이-헛간을 태우다’를 영화화했는데, 기본 방향은 같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녹여내 완전히 새롭게 각색했다고 전했다.
올해 개봉하는 한국영화들 가운데 유일하게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전 세계 후보작들과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게 됐다.
유아인은 “제가 아직 칸영화제에 안 가봐서 몰랐는데 주변에서 대단하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저 역시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무엇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버닝’을 소개할 수 있게 돼 기쁘다”는 진출 소감을 전했다. 유아인 역시 2003년 데뷔한 이후, 전종서와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스티븐 연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가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한 차례 경험한 바 있다.
스티븐 연은 “지난해 ‘옥자’로 칸 영화제에 가긴 했지만 올해 이창동 감독님과 가게 돼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덧붙였다.
이창동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 연출작 ‘버닝’은 지금껏 작업했던 작품들과 달리 새로운 결의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역시 “처음 디지털 마스터링 작업을 했다”고 말하며 한층 기대를 높였다.
전작 ‘시’(2010)로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할 당시 쏟아졌던 찬사가 ‘버닝’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세 청춘 남녀가 얽힌 이야기를 이창동 감독 특유의 통찰력과 정서로 완성해냈기에 이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이대선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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