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솜 "미투운동 구석구석 퍼져서 더 이상 피해자 없었으면"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3.13 15: 00

배우 이솜이 로맨스 영화 ‘소공녀’(감독 전고운)를 통해 스크린으로 컴백했다.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번엔 사극이 아닌 말랑한 멜로 장르이지만 2030세대 'N포 세대'의 팍팍한 현실을 담았다는 점에서 마냥 달콤할 수만은 없는 로맨스 작품이다.
‘소공녀’는 위스키 한 잔과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 한솔(안재홍 분)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는 3년차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의 일상을 그린 멜로 영화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 집을 포기한 미소는 예전에 밴드 활동을 했던 친구들을 찾아 나서며 도움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이솜은 미소의 엉뚱하고 따뜻한,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득 담았다. 미소의 남자친구로서 꿈을 위해 도전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 한솔의 모습도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한다.

이솜은 13일 오후 서울 명동 CGV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사실 상업영화는 상업영화대로, 소규모 독립영화는 독립영화대로 매력이 있는 거 같다”며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두지 않고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고 캐릭터가 좋으면 출연을 결정하게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솜은 N포 세대의 설움을 표현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미소를 이해하고 이질감이 들지 않게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저는 ‘소공녀’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출연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무엇보다 미소 캐릭터가 너무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보자마자 하고 싶었다(웃음).”
이어 이솜은 “감독님이 제게 제안을 하셨다는 건 제게 미소의 이미지가 있다는 게 아닐까 싶었다(웃음)”며 “일단 메이크업을 최소화했다. 분장을 통해 주근깨를 만들었고 나이가 있어 보이기 위해 조명의 도움도 받았다. 의상적인 부분은 제 옷과 믹스 매치를 잘 했던 거 같다”고 캐릭터를 소화한 과정을 전했다. 일상생활에서 입는 바지와 재킷 등을 촬영장에 가져가 미소 캐릭터를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소공녀’에서 이솜은 집 없이 떠도는 가사 도우미 미소 역을 맡아 한솔 역의 안재홍과 연인으로 분했다.
안재홍에 대해 이솜은 “이 작품을 하기 전에는 안재홍 오빠를 개인적으로도 몰랐는데 어느 시상식에서 한 번 보고 좋은 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라며 “작품 제안을 받고 한솔 역을 재홍 오빠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같이 하게 돼 좋았다.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는 성격이 좋은 오빠인 거 같다”고 안재홍과의 연인 호흡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솜은 ‘소공녀’를 통해 배우로서나 인간으로서 한층 성숙해졌다고 했다.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현장에 매니저 및 스타일리스트들과 함께 다니지만 이솜은 이번 작품에서 만큼은 혼자 움직였다고 했다. 지하철 및 버스, 자차를 이용해 현장에 혼자 다니며 자립심을 키웠다고.
이솜은 “한 번쯤은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현장에 다녀보고 싶었다. ‘소공녀’라는 작품을 만났고 드디어 이 작품을 통해 해볼 수 있게 됐다”며 “이 작품과 미소 캐릭터를 위해서도 혼자 다니는 게 나을 거 같았다. 촬영 때 매니저 없이 혼자 다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솜은 “처음에는 회사에서도 혼자 다니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하셨는데 제가 원하니 나중에는 ‘혼자 다녀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고 하시면서 허락을 하시더라. 막상 혼자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보니까 다닐 만하더라(웃음)”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초반에 영화 스태프들도 혼자 오는 저를 보고 부담스러워 하셨는데 점차 익숙해지시더니 결국엔 좋아하시더라. (전고운) 감독님도 매니저가 아닌 저와 바로 바로 얘기할 수 있어서 그런지 더 좋아하셨다”고 촬영 분위기를 전했다.
“감독님과 대본 리딩을 정말 많이 했는데 현장에서 나오는 즉흥연기를 좋아하셨다. 대본에 신경 쓰지 말고 현장에서 나오는 감정대로 연기하길 원하셨다. 그래서 현장에 충실했던 거 같다(웃음).”
서른 살이 되고 나서 배우 활동이 더 기대된다는 이솜은 “어떤 분들은 30대가 더 좋다고 하시고, 또 어떤 분들은 30대가 20대보다 더 안 좋다고 하시더라”고 전하며 “저는 (20대나 30대나)똑같을 거 같다. 어찌 보면 30대가 더 기대된다”면서 자신의 30대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솜은 “고등학교 때는 잡지 모델이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쯤 연기를 하고 싶었다”며 “데뷔 초반에는 심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근데 지금은 많이 불안해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고 나중에도 이 불안감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솜은 현재 문화 예술계를 넘어 정치, 사회계까지 퍼진 ‘미투(#Me Too) 운동’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도 전했다. “미투 운동이 구석구석 퍼져서 사회가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 피해자들이 없었으면, 상처 받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소공녀’가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저 역시 이 영화를 찍고 위로가 된 부분이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작품성을 자신했다. 3월 22일 개봉./  purplish@osen.co.kr
[사진] 광화문 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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