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韓영화성평등센터, 영화계 미투 해결사 될까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03.12 17: 55

한국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해 출범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이름처럼 '든든든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 행사 및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임순례·심재명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공동 센터장과 실태조사를 실시한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배우 문소리,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 법무법인 원의 원민경 변호사, 남순아 감독,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김선아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발표된 실태조사는 영화계 내 성폭력·성희롱 현황 파악을 위한 첫 번째 실태조사로 의미를 가진다. 이나영 교수는 "이번 실태조사는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사를 위한 기초조사의 성격을 지닌 연구"라며 "추후 이를 기반으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 자료 축적,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7월 11일부터 9월 13일까지, 영화인 총 751명이 참여했고, 식별불가 2명 제외한 총 749명의 결과가 공개됐다. 전체 응답자 중 46.1%가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그 중 여성이 61.5%, 남성이 17.2%를 차지해 여성의 피해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이 71.6%, 여서이 5.2%로 나타났다. 가해자의 지위는 상급자가 48.7%로 동료 24.1%, 교수 및 강사 등 교수자 9.9%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위계에 의한 성폭력·성희롱 사례가 다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2016년부터 시작된 영화계 성폭력 실태 고발을 시작으로 개소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2017년에는 본격적으로 국내외 성희롱 실태 및 관련 법·제도 현황 파악, 영화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심층면접 등을 통해 영화계 내 성폭력·성희롱 실태를 조사했고, 여러 단계의 준비를 거쳐 마침내 개소를 알렸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개소를 알린 지금은 영화계 내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심재명 센터장은 "오늘 이 자리가 시의적절하게 온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하다보니 이제야 개소를 알리고 실태를 발표하게 됐다. 한국영화성평든센터 든든은 성폭력 예방 뿐만 아니라 영화계 교육 홍보, 피해자 지원 등을 비롯해 성희롱과 성추행 예방을 넘어 한국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 입안 활동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임순례 센터장은 "한국 영화계 내에 저희들도 깜짝 놀랄 만큼 지속적이고 끔찍한 성폭력 환경에 노출돼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떠나간 동료 여성 영화인들이 있다. 피해자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현장에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더 이상 그런 현장에 노출되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겠다. 예비 영화인들이 영화를 포기하게 되지 않기를 유념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 문소리 역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보탰다. 문소리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개소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웠다. 2016녀부터 준비해서 지난해 한 해 실태조사를 하시고, 이렇게 등불이 필요한 시기에 개소한다는 소식에 정말 기뻤다. 미리 연구해주시고 준비해주신 선배 여성 영화인들이 굉장히 든든하고 자랑스럽다"며 "영화계에서 성폭력 문제가 근절되는데 저도 영화인으로서 힘이 되고 싶다. 적극적으로 여러 캠페인에 동참할 생각이며, 피해자 분들을 상담하고 법률 지원하는데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는 데도 배우로서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동료 배우들과 함께 고민하겠다. 그런 길을 든든과 함께 하는 것이 영화를 지금까지 했고, 앞으로도 할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라고 밝혔다. 
남순아 영화 감독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며, 든든과 같은 단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남순아 감독은 최근 든든으로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저와 친구를 성추행 한 사람은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 중이다"라며 "명예훼손 문제로 실명은 폭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든든과 최근 상담을 진행했고, 영화계에서 든든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영화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계 영역에 든든과 같은 센터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은 든든을 향한 영화계의 지원을 당부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영진위의 든든 센터에 대한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심재명, 임순례 센터장 같은 분들에게 영진위 정도의 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없다. 여성들의 울부짖음을 적극적으로 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계를 넘어 문화·연예계 전반의 병폐인 성폭력 문제가 대두된 지금, 성폭력을 근절하고 궁극적으로 성평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개소했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 연대의 목소리가 필요할 때다. 과연 든든이 이름처럼 '든든'한 존재로 영화계의 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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