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등 女영화인, 한목소리 "제2의 김기덕·조재현 사태 막아야" [종합]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03.12 16: 17

여성 영화인들이 영화계 내 성폭력 근절과 궁극적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 행사 및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된 실태조사는 영화계 내 성폭력·성희롱 현황 파악을 위한 첫 번째 실태조사로,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사를 위한 기초조사의 성격을 지닌 연구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등 연구팀은 "추후 이를 기반으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 자료 축적,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문헌조사를 통한 국내외 성희롱 실태 및 관련 법·제도 현황을 파악하고, 영화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심층면접과 초점집단면접 등 질적연구 분석을 통해 영화계 내 성폭력·성희롱 실태를 조사했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요즘 분위기에 비춰 무거운 분위기로 이 자리에 섰다. 우리 사회 다양한 영역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영화계는 2016년부터 SNS를 통해 성폭력 실태를 고발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특히 여성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계 내 성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며 "영화계 내 성폭력은 민관이 협력해 해결해 나갈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회에서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미투운동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동료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임순례 감독은 "한국 영화계 내에 저희들도 깜짝 놀랄 만큼 지속적이고 끔찍한 성폭력 환경에 노출돼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떠나간 동료 여성 영화인들이 있다. 피해자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현장에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심재명 센터장은 "오늘 이 자리가 시의적절하게 온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하다보니 이제야 개소를 알리고 실태를 발표하게 됐다. 한국영화성평든센터 든든은 성폭력 예방 뿐만 아니라 영화계 교육 홍보, 피해자 지원 등을 비롯해 성희롱과 성푸행 예방을 넘어 한국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 입안 활동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실태조사 결과 발표 후에는 배우 문소리,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등 패널들의 토론회가 이어졌다. 
문소리는 "우리는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거나, 방관자이거나, 암묵적 동조자였다는 사실을 영화인 전체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은 곧 몇몇 사람들의 문제, 몇몇 피해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전체의 문제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이어야겠다"며 "영화계에서 성폭력 문제가 근절되는데 저도 영화인으로서 힘이 되고 싶다. 적극적으로 여러 캠페인에 동참할 생각이며, 피해자 분들이 상담받고 법률지원을 받는데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는데도 배우로서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가 많이 발전하고, 전 세계적으로 주목도 받고 있다. 하지만 과정의 올바름에 조금 더 힘을 쓰고 다 같이 노력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저도 동참하겠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며 한국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 근절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순아 영화 감독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남순아 감독은 최근 든든으로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며 "저와 친구를 성추행 한 사람은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 중이다"라며 "명예훼손 문제로 실명은 폭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계 영역에 든든과 같은 센터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은 "김기덕 감독, 조재현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아주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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