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안본다"던 박병호, 악플러 계속 참아야 하나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3.12 06: 05

 "직접 만나보고 싶다"(2016년 1월) → "그분 사정이 있겠죠"(2017년 2월) → "댓글 안 본다"(2017년 2월) → ..... (2018년 3월)
박병호(32•넥센)가 야구가 아닌 다른 일로 화제에 올랐다. 수 년째 그를 따라다니는 악플러에 대한 고소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이슈가 됐다.
11일 한 매체에서 '넥센이 박병호의 기사마다 비난 댓글을 다는 악플러의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갔고, 이후 넥센 구단은 '지금 당장 고소할 계획은 없다. 이전부터 증거 자료를 계속 수집하고 있다. 선수의 뜻에 따라 진행해야 할 문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고소는 박병호 본인의 뜻이 있어야 진행하고, 구단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박병호는 이에 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병호 전담 악플러는 야구계에 유명하다. 일명 '국거박'이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악플러는 온라인상에서 박병호의 기사마다 가장 먼저 댓글을 달고 내용은 대부분 비난, 비아냥이다. 박병호가 미국 미네소타로 진출한 2016~17년에도 박병호 기사에는 밤낮없이 일일이 찾아 악성 댓글을 달았다. 한밤중, 새벽, 오전, 오후 가리지 않고 박병호 기사에는 '국거박'이 거의 대부분 가장 먼저 댓글을 남겨 다른 네티즌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박병호가 지난 겨울 미네소타와의 잔여 계약을 파기하고 넥센으로 복귀하자, 악플러의 비아냥 댓글은 더욱 심해졌다.
이전에 박병호는 악플러에 대한 생각을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다. 2016년 1월 국내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입단 기자회견에서 악플러 질문이 나왔다. 박병호는 "사실 이는 노코멘트 하려고 했다. 좀 예민한 부분이다"며 "솔직히 개인적으로 그 분을 한 번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며 왜 악성댓글을 다는지 이유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었다.
박병호는 "함께 사진을 찍은 뒤 구단 홈페이지에 올리고 싶다. 정말 유명한 분인데, 사진을 보면 (그의)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우리 아들이네', '내 친구였네'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1년 뒤 2017년 2월, 미국으로 출국할 때 공식 인터뷰 이후 취재진과 대화에서 악플러가 언급되자 "그 동안 잊고 있었다. 그 분도 사정이 있겠죠"라고 쿨하게 받아넘겼다. 
이후 기자는 2월 중순 미네소타 스프링캠프를 취재하며 박병호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기사에 달린 악플러 댓글을 보느냐고 묻자, 박병호는 "댓글은 안 본다. 기사 제목과 내용만 본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박병호의 국내 복귀로 인해 좋든 싫든 다시 악플러가 주목받는 상황이 됐다. 고소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다시 불을 지폈다.
2015년 12월에도 넥센 구단이 고소를 준비한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후 구단은 '고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2년 전에도 되풀이됐다.
악플러는 11일 고소 관련 보도가 나간 이후에도 박병호 기사들에 보란 듯이 비난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일부 네티즌은 악플러를 지지하는 현상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야구팬들은 악플러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비난 댓글에 비공감을 표시한다. '이번에 제대로 고소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박병호가 악플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놓고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현행법상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된다. 법정 공방을 통해 명예훼손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처벌은 소액 벌금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
13일부터 시범경기를 시작해 시즌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야구 외적인 일로 계속 이슈가 되는 것은 선수에게 부담된다. 심성이 착한 박병호이기에 법적인 대응을 고민하지도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몇 년 째 비난 댓글에도 박병호가 (고소에 관해) 고민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기에 악플러의 댓글은 더욱 거침없는지도 모른다. 
박병호의 악플러가 비난 댓글을 단 시간이 5년 가까이 됐고 그 동안 댓글은 4만 2000건이 넘는다고 한다. 매일 20개 이상씩 달아야 가능한 숫자다. KBO리그에서 최초로 4년 연속 홈런왕, MVP 2회 등 뚜렷한 성과를 남긴 스타가 끊임없는 악플을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공인의 숙명이라고 하기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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